정의기억연대(정의연) 기부금 유용과 회계 부정의혹 등을 받고 있는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본인을 둘러싼 의혹 등에 전면 부인했다. 다만, 개인계좌로 후원금을 받은 사실에 대해서는 잘못을 시인했지만, 횡령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짙은 남색 정장을 입고 온 윤 당선인은 29일 오후 1시57분께 국회 소통관에 입장을 표명하기 위해 송갑석 민주당 의원과 함께 등장했다.
30년을 함께 활동한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92)의 폭로 기자회견 이후 윤 당선인의 국회의원 사퇴 목소리가 커졌지만 윤 당선인은 "책임있게 일하겠다"고 밝혀 의원직 사퇴 의사가 전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오는 30일부터 21대 국회의원으로서 임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이에 앞서 논란을 정면 돌파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의연 성금이 피해 할머니 지원을 위해 쓰지 않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사실이 아니다.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은 그간 전체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모금을 3차례 진행했다"며 "1992년 운동을 시작으로 250만원, 4300만원, 1억원씩 할머니들에게 전달했다. 정의연이 5월 8일 제출한 영수증(이 증거)"라고 밝혔다.
경기 안성에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쉼터를 조성한다며 주택을 고가로 매입했다가 저가에 되팔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명백히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제값보다 싸게 샀고, 이후 주택이 감가상각되고 주변 부동산 가격이 변화하면서 어렵게 판 것이라고 말했다.
남편인 김삼석 씨가 소유한 수원시민신문이 정의연의 소식지의 편집 제작을 도맡아 부당한 이익을 챙겼다는 의혹에 대해선 "어떠한 이득도 취한 일이 없다"며 "업체 선정을 위해 4개 업체에 견적을 확인했고, 수원시민신문이 최저금액을 제시했다"고 해명했다.
고 김봉동 할머니의 장례비 등을 자신의 개인 계좌로 모금한 것에 대해선 "잘못된 판단"이라고 사과했다.
그는 "최근 모금계좌로 이용된 네 개 계좌 거래내역을 봤다. 9건의 모금으로 2억 8000만원을 모았고, 모금 목적에 맞게 사용된 돈이 2억 3000만원, 나머지 5000만원은 정대협 사업에 사용했다"며 "계좌이체를 하면서 이유를 거의 모두 부기해 놓았다. 세부내역은 일일이 말할 수 없지만, 검찰 조사에서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딸 유학자금 출처 의혹에 대해선 "거의 대부분 남편의 형사보상금 및 손해배상금(총 2억4000만원)에서 충당됐다"며 "부족한 비용은 제 돈과 가족들 돈으로 충당했다"고 해명했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29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활동 기간에 불거진 부정 의혹 등에 대한 입장을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그는 국회의원 신분이 되더라도 불체포 특권을 활용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윤 당선인은 "(검찰 소환 요청에) 피할 생각이 없다"며 "앞으로 검찰 수사 과정이나 그 이후 따르는 모든 책임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미래통합당은 윤 당선인 해명 기자회견에 대해 "속 시원한 해명은 없었고, '오늘 하루만 버티면 된다'는 생각만이 묻어나는 기자회견이었다"고 비판했다.
황규환 통합당 부대변인은 이날 윤 당선자 기자회견 직후 발표한 논평에서 "국회의원 임기 시작을 하루 앞두고 열린 윤 당선자의 기자회견에 애당초 진정성이 있을 것이란 기대는 하지 않았다"며 "'혹시나'하며 최소한의 양심을 기대했던 국민들 앞에서 윤 당선자는 고개는 숙였지만 태도는 당당했고, '죄송하다'고는 했지만 반성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반면 허윤정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윤 당선인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그 결과를 지켜보고 향후 입장을 밝힐 것"이라며 "검찰도 신속한 수사를 통해 논란을 조속히 종식시키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김종철 정의당 선임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문제가 제기된 후 좀 더 이른 시기에 입장을 밝혔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으나 국회 개원 전에 입장을 밝힌 것은 다행이라고 판단한다"며 "윤 당선자가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후 과정에서 국민들이 갖고 있는 의구심이 해소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맹성규 기자 sgmaeng@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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