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7일(현지시간)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한국의 대폭 증액 수용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며 압박 강도를 한층 높였다.
심지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합의했다"고 말했다.
고위 당국자는 이례적으로 미국의 요구액이 13억달러라고 한국 언론에 확인까지 해줬다.
한미 협상단이 잠정 합의한 13% 인상안을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뒤집은 이후 지금보다 무려 50% 가량 오른 13억달러를 역제안하며 한국을 향한 전방위 압박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부자나라'를 보호하고 있다고 언급한 뒤 "한국은 우리에게 상당한 돈을 지불하기로 합의했다"며 "우리는 매우 많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합의를 기정사실로 했다.
제임스 앤더슨 국방부 정책담당 부차관 지명자도 상원 인준청문회 서면답변에서 "한국에 더 크고 좀더 공평한 비용 분담을 짊어지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미국 측이 한국에 13억달러를 제안했음을 확인했다. 13% 인상안이 무산된 뒤 미국의 '역제안'이 나온 게 확인된 것이다.
이 당국자는 이 액수가 "최종 제안(final offer)"이라고 배수진까지 친 뒤 미국이 당초 50억달러 요구에서 13억달러로 낮춘 것에 대해 "우리는 너무 많이 내렸다. 한국 정부는 아무것도 (안했다)"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미국의 공격적 태도는 방위비 협상을 최대한 조기에 끝내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사실상 선거전 체제로 접어든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우방의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 공약에서 성과가 필요하다.
특히 미국이 최초 제시한 50억달러가 400% 증액임을 고려할 때 협상단이 잠정 합의한 13%는 성과로 내세우기 부족하다고 여길 수 있다.
미국은 일본과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앞두고 있어 한국에서 최대한 많은 돈을 받아내야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잠정합의안 수준에서 더 부담할 생각은 현재로선 없다는 입장이라는 것을 고려할 때 13% 증액의 4배 수준에 가까운 요구를 수용했다고 보긴 쉽지 않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전례에 비춰볼 때 한국을 압박하려는 데 방점이 있다는 해석이다.
[디지털뉴스국 이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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