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계관 담화'를 통해 올해도 '통미봉남' 기조가 이어질 것을 예고함에 따라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비핵화 견인'을 골자로 한 정부의 대북 정책구상의 추진에도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정부는 남북 간 접촉면 확대로 경색국면에 물꼬를 트고 이를 지렛대 삼아 비핵화 교착국면에도 작은 돌파구를 만들어보겠다는 복안이지만, 북한의 냉랭한 태도 앞에 시작부터 벽에 부딪힌 모양새가 됐습니다.
어제(11일) 발표된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의 담화는 형식과 내용적 측면에서 볼 때 남북관계보다는 북미 비핵화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조미 사이에 다시 대화가 성립되자면 미국이 우리가 제시한 요구사항들을 전적으로 수긍하는 조건에서만 가능한 상황"이므로 남측이 끼어들 여지는 없다는 주장입니다.
"호들갑", "주제넘은 일" "멍청한 생각" 등의 남한을 향한 비아냥조의 표현이나 담화 행간에서는 남북관계에 강한 불신과 분노도 짙게 묻어납니다.
김 고문은 "남조선 당국은 이런 마당에 우리가 무슨 생일축하 인사나 전달받았다고 하여 누구처럼 감지덕지해 하며 대화에 복귀할 것이라는 허망한 꿈을 꾸지 말고 끼어들었다가 본전도 못 챙기는 바보 신세가 되지 않으려거든 자중하고 있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학과 교수는 이번 담화의 대상이 미국이 아닌 남한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의 대남메시지 생략', '문재인 대통령 신년사에 대한 무반응' 등 다시 한번 '대남관계 단절' 기조를 확인한 것이라고 풀이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 대남 메시지가 생략된 가운데 나온 북한의 '첫 대남 메시지'라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도 냉랭한 남북관계가 이어질 것을 분명하게 예고했다는 것입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한반도 상황을 북한이 주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전략적 의도"라며 "특히 남측에 대해서는 대미 의존에서 벗어나 독자성 강화를 통해 민족 이익에 집중하라는 간접적인 메시지도 담겨있다"고 해석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연초부터 다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평화경제', '한반도 신경제 구상'에도 가시밭길이 예상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신년사를 통해 '남북협력을 더욱 증진해 나갈 현실적인 방안" 강조하며 '김정은 답방', '접경지 협력', '스포츠 교류', '철도·도로 연결', 'DMZ 세계문화유산 공동 등재'의 협력사업을 제시했습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도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과감하고 혁신적인 '새로운 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올해 남북 간 신뢰 회복을 위한 협력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피력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김 고문의 담화가 정말로 '올해도 남북관계 개선은 없다'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라면 정부의 이런 신년 대북구상도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는 일단 북한의 냉랭한 태도에 난감하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올해 계획된 남북협력사업들은 차근차근 추진해나간다는 방침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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