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이 검찰개혁 법안의 본회의 부의를 오늘(29일) 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12월 3일로 전격 연기하면서 여야가 일단 극한 충돌을 피했습니다.
이날 부의가 이뤄졌다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처리를 밀어붙이는 여당과 정기국회 일정 전면 거부까지 검토하며 반발해온 제1야당이 지난 4월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을 재연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문 의장의 결단으로 '시한폭탄'은 잠시 꺼뒀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합니다.
선거제 개혁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도 오는 11월 27일이면 본회의 부의 시점이 도래하기에, 문 의장이 제시한 12월 3일에는 검찰개혁 법안과 선거제 개혁안 '패키지 처리'가 가능해져 충돌의 규모는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옵니다.
한 달가량의 시간이 생긴 만큼 여야는 대화를 이어갈 계획이지만 워낙 입장차가 커 합의 여부는 불투명합니다.
여야 대화 과정에서 의원정수 확대 등 다양한 의견이 분출하면 정국은 더욱 미궁에 빠져들 가능성도 있습니다.
여야는 일단 본회의 부의 연기에 엇갈린 표정을 보이면서 향후 전략을 골몰하는 모양새입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 법안 선(先)처리 계획에 제동이 걸리자 불만을 드러내는 한편, 패스트트랙 여야 4당 공조 복원을 통한 검찰개혁 법안·선거제 개혁안 동시 처리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습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의장 입장에서는 여야 간에 더 합의하라며 정치적 타협의 기회를 제공하고 싶으신 것이지만, 원칙을 이탈한 해석"이라며 "매우 유감스럽다. 그 누구도 국민의 명령을 유예할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협상이 진행되고 있던 부분을 좀 더 충실하게 진행할 것"이라며 "다만 자유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과 협상했던 것만으로는 안 되니 이전에 패스트트랙 공조를 추진했던 정당, 정치 그룹들과 검찰개혁·선거제 개혁을 어떻게 할 것인지 동시에 모색할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이재정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공수처 논의의 고비마다 억지와 몽니로 법안 심사를 지연시켜온 야당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은 유감"이라며 "국회법 해석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고, 무엇보다 국민을 외면한 것이다. 그 어떤 협치도 법을 넘어설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한국당은 이날 부의를 하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고, 더 나아가 12월 3일도 국회법에 맞지 않는 날짜라고 비판하면서 향후 검찰개혁 법안·선거제 개혁안 모두를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우리는 12월 3일도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법에 어긋나는 해석"이라며 "법제사법위원회에 체계·자구 심사 기간을 (90일) 주면 내년 1월 말에 부의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해석"이라고 말했습니다.
나 원내대표는 "20대 국회에 와서 정치가 실종됐다. 무조건 폭압과 일방적인 숫자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광화문의 민심을 제대로 읽어 정책 기조를 바꾸는 것은 물론이고 정치를 복원해야 희망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당 원내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부의는 불법행위라 오늘 하지 못한 것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공수처법과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협상 테이블에 올려서도 안 된다. 협상의 여지가 일절 없다"고 말했습니다.
민주당과 한국당을 제외한 다른 야당들은 문 의장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12월 3일 이전에 최대한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어제 문 의장에게 더이상 정쟁이 가속화하지 않게 정치력을 발휘해달라고 했다. 그런 결정을 해서 다행스럽고 합리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남은 기간 여야 합의를 통해 법안이 처리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정의당 오현주 대변인은 구두 논평으로 "시기와 관련해 여러 해석이 있을 수 있으나 부의는 의장의 권한"이라며 "문 의장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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