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로 최기영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64)를 지목했다.
반도체·인공지능(AI) 전문가인 최 후보자는 특히 차세대 저전력 반도체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꼽힌다. 최근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기술 자립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된 정보기술(IT) 분야 소재·부품·장비 관련 연구개발(R&D)과 기업 지원을 진두지휘할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최 후보자는 서울 중앙고,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전기 및 전자공학으로 석사학위를,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전기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1991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전기전자공학 분야 세계 최대 학술단체인 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의 석학회원으로 서울대 공대와 삼성전자가 사람의 뇌신경망 구조를 모사한 AI 전용 반도체인 ‘뉴로모픽 칩’ 개발을 위해 2017년 합작으로 설립한 뉴럴프로세싱연구센터(NPRC)의 초대 센터장을 역임하고 있다. 지난달 출범한 과기정통부 ‘지능형반도체포럼’에도 참여한 바 있다.
국내외 기업에서 근무하며 폭넓은 현장 경험을 쌓았다는 점도 최 후보자의 강점으로 거론된다. 1978부터 5년간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의 중앙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했고, 1989년부터 2년간 반도체 분야 글로벌 기업인 케이던스 SMTS에서도 근무한 경력이 있다. 전문 분야는 컴퓨터 기술을 활용한 제품 생산 공정 설계, 칩 하나에 전체 컴퓨터 시스템을 구현한 반도체인 ‘시스템온칩(SoC)’, 마이크로프로세서 구조 등이다.
당초 과기정통부 장관은 적격자가 없다는 이유로 개각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막판에 최 교수가 급부상하면서 개각을 단행하게 됐다는 게 여권의 설명이다. 업계는 이번 인사가 일본의 수출 규제에 긴급 대응이 필요한 상황에서 청와대가 최 후보자의 반도체 분야 전문성을 주목한 데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AI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의 제언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도 나온다. 재일교포 3세인 손 회장은 지난달 4일 문 대통령과의 청와대 접견 자리에서 “앞으로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첫째도 AI, 둘째도 AI, 셋째도 AI”라며 정부의 전폭적인 AI 육성책 마련을 촉구한 바 있다. 또 문재인정부는 정권 초기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등 AI 분야에 큰 관심을 보여 왔다.
최 후보자 개인의 코드도 문재인정부와 결이 잘 맞는다는 평가도 나온다. 2012년 탈원전을 지지하는 1054명의 교수가 서명한 ‘탈핵교수선언’에 누나이자 도올 김용옥 선생의 부인인 최영애 전 연세대 중어중문학부 교수, 동생인 최무영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와 함께 이름을 올렸다. 그 밖에 2014년 서울대 민주화교수협의회 ‘세월호 참사 성명’과 2016년 국정농단 사태 당시 ‘헌정유린 사태를 염려하는 서울대 교수 시국선언’에도 동참한 바 있다.
과학기술계는 최 후보자 지명에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학계 인사는 “최 후보자는 다양한 현장 경험을 겸비한 전문가로 학계에서의 신망이 두터운 편”이라며 “맡은 일에 책임감이 강한 스타일이기 때문에 엄중한 시기에 역할을 잘 해나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원호섭 기자 /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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