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가 벼랑끝으로 내몰린 가운데 일본 정부의 주장과 달리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개인청구권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일본 지식인의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일본에서 '행동하는 지식인'으로 통하는 우치다 마사토시(74) 변호사는 26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식민지 지배에 따른 위자료 청구권은 1965년의 청구권 협정에 포함되지 않았다(합의되지 않았다)는 것이 한국대법원 판결 취지"라며 "이 협정으로 포기된 것은 외교적 보호권(국가가 외국에 있는 자국민을 보호하는 권리)이지 개인청구권은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의 국제법 위반을 주장하는 핵심 근거로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하고도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한일청구권협정 제2조 1항을 내세우고 있다.
우치다 변호사는 판결 취지는 원래 일본 정부의 견해이기도 했다면서 한국대법원 판결로 국제법 위반 상태가 됐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우치다 변호사는 한국 정부가 양국 관련 기업이 기금을 만들어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우선 보상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에 대해 "독일 사례를 참고해 기금을 만들어 해결하는 방법 외에 다른 방법은 없을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우치다 변호사는 중국인 강제동원 피해자와 일본 기업 간의 화해 작업에 참여해 큰 역할을 했다. 2000년 하나오카(花岡) 사건 화해, 2016년 미쓰비시(三菱)머티리얼 화해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나오카 사건은 태평양전쟁 말기 아키타(秋田)현 하나오카광산에 강제 연행됐던 중국인들이 학대와 차별에 항의하는 폭동을 일으켰다가 수백명이 살해당한 사건이다. 2000년 도쿄고등법원 판결로 가해의 주체였던 가시마구미건설이 피해자 대리인인 중국적십자회에 5억엔을 내면서 일단락됐다. 미쓰비시머티리얼은 중국인 피해자들이 2014년 중국 법원에 제기한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해 2년 만에 피해자 3765명에게 1인당 10만위안(약 1654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화해를 했다.
그는 이들 사례를 거론하면서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모든 청구권 문제가 해결됐다는 일본 정부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거듭 지적했다.
특히 일본 정부가 작년의 한국대법원 판결 이후로는 소송 당사자인 일본 기업과 원고 측이 화해안을 도출하기 위한 협의조차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문제라는 인식을 나타냈다.
그는 "일본은 역사, 특히 식민지 지배의 역사를 진지하게 마주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며 "1965년의 한일청구권협정에는 없던 이런 요소가 1995년의 '무라야마 담화', 1998년의 '한일공동선언', 2002년의 평양선언에 담겼다"고 했다.
그러면서 역사를 진지하게 마주한다는 정신을 바탕으로 청구권협정에서 빠졌던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고 일본 정부에 조언했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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