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물 수출을 전면 금지한 대북제재의 직격탄을 맞은 북한의 대형 광산업체들이 트럭을 팔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금융 등 분야에 치중됐던 평양의 경제 사정이 2016년 이전에 비해 10분의 1 규모로 위축됐다는 관측도 북·중 국경을 통해 나오고 있다.
20일 최경수 북한자원연구소장은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중국에서 현지 대북 사업가들과 접촉해 이같은 북한 내부 상황을 전해들었다고 밝혔다. 최 소장은 인터뷰에서 "2010년대 초반 광물수출 특수를 누렸던 북한 광물업계가 대북제재로 인해 위기에 직면했다"면서 "대형 광산기업은 핵심 자산인 트럭을 내다팔아 직원들의 월급 일부를 충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소장에 따르면 북한의 대형 광산업체들은 자재·장비 시장에서 트럭을 평소 시세의 불과 20% 정도에 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그는 중국 현지 대북사업가들이 평양의 경제 상황에 대해서도 "겉으로는 큰 변화가 없어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심각한 상태"라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평양 이외 지방의 경제는 상대적으로 나은 역설적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 최 소장의 설명이다. 이는 지방의 경우 독자적인 농수산업과 일부 공장·기업소들이 평양에 비해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북·중 국경에서는 "북한이 장롱 속 달러나 자산 매각 등으로 버티고 있지만 지속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면서 "대북 식량지원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북한이 그만큼 어렵다는 방증"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최 소장은 밝혔다.
그는 북측의 상황이 어려운 가운데 당국이 아닌 민간 부문에서 지원이 아닌 거래 형식으로 북측에 식량을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한국의 민간 기업들이 북측에 먼저 북측에 식량을 제공하고 대북제재 이후 활용할 수 있는 사업권이나 광물 채굴권 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소장은 이같은 거래가 가능해진다면 세금으로 북한을 지원하며 나오는 '퍼주기' 논란을 피하면서 국내 기업들이 향후 북한 지역에서의 비즈니스 기회를 선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당장 시급한 식량 문제를 보다 자주적으로 해결하고 한국 정부 당국도 정치적 부담을 줄이려면 남북관계에서도 민간이 주도하는 영역이 보다 넓어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는 "내가 만나본 중견 기업 가운데에서는 정부가 길을 열어준다면 북측에 식량을 제공하고 사업권을 받을 용의가 있는 곳들도 꽤 있다"고 업계 분위기를 소개했다. 이어 "한국의 기업과 북한의 연관 기업 혹은 관계기관끼리 식량이나 제품·사업권을 주고받는다면 분배 투명성 문제도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특히 최 소장은 "이미 중국 기업들은 후일을 대비해서 북한과 이같은 방식의 합의서를 많이 만들어놓고 있다"면서 "공짜로 북한을 지원하자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현실을 우리 기업들이 북측에 교두보를 마련할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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