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1일 최고인민회의를 앞두고 연일 '자력갱생'을 외치며 내부 단속에 주력하고 있다.
북측은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대외관계 개선보다는 내부 동원·효율성 강화에 입각한 경제발전 방향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하노이 정상회담 이전 북한 경제발전의 바람직한 모델로 제시됐던 베트남식 '도이 머이'(doi moi·쇄신)와도 선을 긋는 모양새다.
1일 노동신문은 '자력갱생의 길은 변함없이 이어가야 할 길'이라는 제목의 논설을 싣고 자주적 경제건설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신문은 "(일부 국가가) 자기의 실정에 맞는 방법론 없이 덮어놓고 외국자본을 끌어들이거나 다른 나라의 원조에 기대를 거는 나라도 있다"면서 "이것은 진정한 길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자력갱생의 길은 우리 인민의 자주적 존엄과 삶을 지키기 위한 유일한 길"이라며 "우리 혁명의 전 역사적 과정에 그 정당성과 생활력이 남김없이 확증된 가장 올바른 길"이라고 역설했다. 특히 신문은 "외세의존은 망국의 길이며 자력갱생만이 인민의 모든 꿈을 찬란한 현실로 꽃피울수 있는 진로"라고 다그쳤다.
이와 관련해서는 북측이 현 상황에서 자력갱생 외에는 마땅히 취할 수 있는 정책적 선택지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서는 북미관계가 잘 됐을 때와 잘 되지 않았을 때의 개혁(경제발전) 시나리오가 있을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현재 '후자'의 시나리오를 택했을 것이라는 견해를 펼쳤다. 임 교수는 "지금은 대북제재가 언제 완화될 지 예상할 수 없는 아주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내부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 이외에는 특별한 대안이 없고 내부 개혁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북측이 이번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이미 시행되고 있는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나 포전담당제(가족영농제)를 법제화시켜 경제 전반의 자율성을 더욱 강화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당장 제재완화를 통해 의미있는 외국자본 유치나 대외무역 확대를 기대하기 힘든 만큼 내부 활력을 높여 활로를 찾기 위한 법·제도 정비가 단행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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