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에 협조를 얻기 위해 대통령에게 상고법원 판사 임명권을 주는 것은 물론 사건 선정에까지 청와대 의중을 반영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행정처가 지난달 31일 추가 공개한 행정처 문건에 따르면 행정처는 2015년 7월 31일 '상고법원 설명 자료(BH)'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했다. 그해 8월 초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양 대법원장의 독대를 앞두고 작성된 문건이다.
문건은 "현재 법률안에도 여러 중요 사건들을 유형별로 구분해 필수적 대법원 심판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국회 논의 과정에서 필수적 대법원 심판 사건 범위를 얼마든 재조정할 수 있다"고 적었다.
특히 "BH(청와대)가 원하는 특정 유형 사건을 필수적 대법원 심판 사건으로 추가 가능"하다고 적었다. 그 예로 ▲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전체 ▲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전체 ▲ 1심 형사합의 사건 전체 ▲ 중앙행정기관 또는 그 장이 피고인 행정사건 등을 거론했다.
문건은 또 "BH 등 정부의 공식적 영향력 행사가 가능하다"면서 "올해 초 도입된 상고 사건에서의 '참고인 의견서 제출 제도'에 따라 정부가 사건 분류 단계에서 특정 사건을 대법원 심판사건으로 정해 달라는 공식적 의견 개진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도 도입 취지에 따라 정부 의견은 대부분 수용·반영될 것"이라고 적었다.
이 같은 문건 내용은 청와대가 상고법원 도입에 협조해 줄 경우 재판 진행 과정에 청와대와 정부의 의중을 반영해주겠다는 취지로 읽혀, 사법부가 스스로 재판을 '거래 대상'으로 삼은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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