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문제에 이어 핵실험장 폐기에 일본 기자단 초청 안해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현장 취재에 일본을 빼 '일본 패싱'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12일 밤 북한 외무성이 이달 23∼25일 핵실험장 폐기를 예고한 공보를 발표하면서 "핵시험장이 협소한 점을 고려하여 국제기자단을 중국, 러시아, 미국, 영국, 남조선(한국)에서 오는 기자들로 한정시킨다"고 밝힌 것입니다.
북핵 6자회담 참가국 가운데 일본이 제외되고, 영국이 포함된 것이 눈에 띕니다.
영국의 특정한 역할을 기대했다기보다는 일본을 빼려는 의도가 짙어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입니다.
앞서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12일 "세상만사는 결코 일본의 욕망에 따르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미 해결된 납치 문제를 또 다시 꺼내들고 여론화하려는 것은 국제사회가 일치하게 환영하고 있는 조선반도 평화 기류를 막아보려는 치졸하고 어리석은 추태"라며 일본이 제기한 납북자 문제에 선을 그었습니다.
통신은 "수상 아베를 비롯한 일본 정계 인물들은 납치문제를 가지고 또 다시 악담질을 해대고 있다"며 "가토 가쓰노부 납치문제 담당상은 '납치는 테러와 같은 행위'라며 우리를 걸고 들었다"고 일본을 콕 찝어 비난했습니다.
앞서 아베 총리는 11일 후지TV 에 출연해 "앞으로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올바른 길을 걷는 데는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가 매우 중요하다"며 "정상회담을 하면 납치자 문제 해결로까지 이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고 납북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납북자는 17명입니다. 반면 북한은 13명만 납북자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중 8명은 사망했고, 5명은 이미 일본에 송환돼 남아있는 납북자가 없다는 것이 북한의 입장입니다.
노골적인 '일본 패싱'…왜 그럴까?
북한의 이와같은 결정에는 미북정상회담 개최가 확정된 이후에도 일본이 대화보다는 대북 제재와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로 펴온 것과 납북자 문제를 북일정상회담 의제로 거론한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생각됩니다.
실제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7일 '암담한 자기 신세나 돌이켜보는 것이 어떤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평양 문턱을 넘어서 보려고 구차하게 빌붙으며 별의별 술수를 다 쓰고 있지만, 지금처럼 놀아댄다면 언제 가도 그것을 실현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그에 하루 앞선 6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논평에서 일본을 향해 "운명의 갈림길에서 지금처럼 제재니 압박이니 하는 진부한 곡조를 외우며 밉살스럽게 놀아대다가는 언제 가도 개밥의 도토리 신세를 면할 수 없게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의 이런 논조는 9일 개최된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일본이 대북 강경책을 주장하는 걸 경계하려는 의도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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