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이끄는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방남을 하루 앞둔 8일 이제 관심은 문재인 대통령이 이들을 만날지 여부다.
북한 고위급 대표단은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 상임위원장이 단장이지만,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실세' 여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단원에 포함되면서 무게감이 확연히 달라졌다. 김일성 일가를 일컫는 소위 '백두혈통' 방남은 이번이 처음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휴대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청와대는 평창 동계올림픽이 빚어낸 이 같은 다시 오기 힘든 남북 화해 기류를 남북관계 개선은 물론 북미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의 단초로 활용하겠다는 인식이 확고하다. 문 대통령과 북한 대표단의 만남 여부가 회자하는 이유다.
일단 문 대통령의 북한 대표단 '접촉'은 기정사실화되어 있다.
평창올림픽 개막일인 9일 방남하는 김 상임위원장은 이날 오후 평창에서 문 대통령 주최로 열리는 각국 정상급 인사들을 위한 리셉션에 참석한다. 여기서 문 대통령은 김 상임위원장을 처음으로 만나며, 김여정이 참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전날 김여정의 참석 여부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확인은 안 됐지만, 상식적으로 봤을 때 참석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방남 마지막 날인 11일에도 문 대통령과 북측의 만남을 예상할 수 있다. 그날 현송월이 이끄는 북한 예술단은 서울 국립극장에서 남한에서의 두 번째이자 마지막 공연을 한다. 북한 예술단 공연이 남북 화해의 상징 중 하나로 기획된 데다 국민 관심도가 높은 만큼 문 대통령이 참석할 수도 있다.
김여정이 만경봉 92호를 타고 방남한 북한 예술단을 직접 환송하면서 관심을 보였다는 점에서 이 공연을 관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더 큰 관심은 문 대통령과 북한 대표단이 공식적으로 따로 만나느냐에 있다. 시민에 개방된 올림픽 일정을 통한 접촉으로는 가벼운 인사 정도에 그친다는 한계가 있어 한반도 문제를 깊이 있게 논의할 여건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 대통령이 북한 대표단을 청와대로 초청해 면담할 가능성이 있다.
문 대통령과 북한 대표단의 별도 청와대 회동이 성사된다면 김여정이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주변 환경에 따라 대북 특사가 고려되는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 대표단의 방남 일정에 대해 "통일부가 북측과 협의 중"이라며 "오늘 오후 3∼4시께 공개 여부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