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외교부 차관의 정부 코드 맞추기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을 방문 중인 조현 외교부 2차관은 5일(현지시각) 워싱턴 DC에서 열린 북핵 관련 포럼에 참석해 "(베를린 구상)에서 제시한 남북 군사당국회담과 인도적 대화는 전략적 실수가 아니다"며 다시 한번 정부의 남북 대화 의지를 강조했다.
이와 비슷한 시각 불과 수km 떨어진 백악관에서 새라 허커비 샌더스 대변인이 "현재 북한과의 대화는 트럼프 행정부 정책이 초점이 아니다"고 말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 미국 현지에서 현직 외교 차관이 한미의 대북정책 '불협화음'을 노출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날 미 국제전략연구소(CSIS)와 한국국제교류재단(KF)가 공동 주최한 '2017 한미전략포럼'의 기조연설을 맡은 조 차관은 이런 발언과 함께 북핵과는 전혀 상관없는 문재인 정부의 '임금주도 성장'과 '재벌중심 구조 탈피' 계획도 밝혔다.
조 차관은 이날 연설에서 "한국은 3가지 도전에 직면했다"며 박근혜 대통령 탄핵 스캔들과 흙수저·헬조선을 언급한 뒤 문재인 정부가 "임금주도 성장과 과거 재벌중심 구조의 경제에서 탈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 차관은 북핵 문제를 3가지 도전 중 가장 마지막에 언급하며 "제재·압박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남북 군사당국회담과 인도적 대화는 전략적 실수가 아니다"고 밝혔다.
북핵 위협에 대응해 한미 전문가들이 모인 자리에서 현직 외교부 차관이 생뚱맞게 문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홍보한 것이다. 관련 연설에서 조 차관은 또 한미 핵심 현안인 사드 배치에 있어 "문 대통령은 북핵 위협에 맞서 사드 발사대 4기를 '임시배치' 했다"고 간단히 단 한 줄만 언급했다.
이런 조차관의 행보에 대해 현 정부와 '코드 맞추기'가 지나치단 지적이 나온다. 조 차관은 지난 5월 주인도대사에서 2차관으로 임명된 뒤 기자들을 찾아 "위안부 합의는 대단히 잘못됐다"며 전 정부의 외교정책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며 구설수에 올랐다. 한 야당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현직 외교부 차관이 정부의 대북정책이 아닌 경제정책을 홍보하는 것은 정말 보기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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