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은 없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26일 새 당 대표에 뽑혔다. 대선패배의 후유증과 제보조작 사건으로 당이 역대 최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당의 구원투수로 대선 후보였던 그가 전면에 나서게 된 셈이다. 대선 패배로부터는 3개월 반, 제보조작 사건으로 대국민 사과를 한 지는 한달여 만이다.
안 신임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문재인 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안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하루에 몇 개씩 평생 달걀 먹어도 걱정 없다고 큰 소리 치는 모습에는 그들만의 코드인사가 부른 오만함이 보인다"며 "독선과 오만은 더 기승을 부릴 것이며 그것이 권력의 생리"라고 했다. 최근 '살충제 달걀'로 정부의 관리·대처가 소홀했던 문제를 부각한 셈이다.
안 대표는 특히 “정권의 코드 인사등 불합리는 물론 대한민국의 안전과 평화를 위협하는 주변세력, 상황관리 제대로 못하는 무능과도 싸울 것”이라며 “우리는 아이들의 미래를 갉아먹는 분별없는 약속, 선심공약과도 분명히 싸울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최근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을 기념해 TV 생방송을 한 것을 두고는 "일요일 밤 모든 채널을 독점해 국민에게 쳐다보라고 요구하는 정당이 돼서는 안된다"며 비판의 화살을 날리기도 했다.
그러면서 안 대표는 국민의당이 정부의 잘못을 비판하는 역할을 분명히 수행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것을 견제하는 것은 국민이 야당에게 준 제1의 과제"라며 "국민의당은 유능한 야당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안 대표는 자유한국당도 비판하면서 보수 대체제로서의 국민의당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자정능력을 상실하고 낡은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해 존재감을 잃어버린 정당은 덩치만 크지 제대로 된 야당이 될 수는 없다"며 "우리 국민의당이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1야당인 한국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한 구체제와 갈러서지 못한 체 야당 역할을 못하고 있으므로 국민의당이 중도와 보수를 아우르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안 대표는 향후 국민의당의 이념정체성을 '실천중도'로 잡았다. 안 대표는 "갈등을 조장해 인기몰이를 시도하는 게 아니라, 눈앞의 반대를 무릅쓰고 더 많은 국민을 위한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바로 실천중도의 길을 가는 국민의당이 할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실천중도는 배타적인 좌측 진영에 갇히지 않는다. 수구적인 우측 진영에 매몰되지도 않는다"고 했다. 진보·보수에 매몰되지 않고 실용주의 노선을 통해 중도층의 이념적 지지층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대선 패배와 제보조작 사건을 통한 당 지지율 저하에 대해서 안 대표는 새 인재 영입을 주장하면서 "우리와 함께 할 새로운 피는 우리 당 일각에서 자리 잡은 패배의식을 과감히 일소하고 자신감을 불어넣을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안 대표의 취임일성에는 자신감이 넘쳤지만 그의 앞에 놓인 숙제는 많다. 우선 안 대표는 당내 비안철수계 인사들과의 갈등을 봉합해야한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외 비안철수계 인사들이 그의 출마를 두고 비판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안 대표가 주장한 '극중주의' '실천중도'에 의문의 제기하는 당내 인사들이 많다. 후보였던 천정배·정동영 의원은 개혁성향을 주장하면서 전당대회 기간 내내 안 대표를 비판해왔었다. 호남중진들도 창당 이후부터 안 대표와의 소통 문제를 제기해 왔으므로 당이 당분간은 내홍을 겪을 수도 있다. 다만 호남중진들이 이탈해도 여당에 합류할 수 있을 여지가 적어 탈당가능성은 적다.
당의 정당지지율이 낮아 내년 지방선거에서 패배가 예상되는 점도 그에게는 숙제로 남아있다. 안 대표는 당 쇄신을 통해 인재를 영입해 전국 17개 광역시도단체장에 후보를 낸다는 입장이지만 당 지지율이 낮아 인재가 모여들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이때문에 안 대표는 일단 9월 국회부터 야당 목소리를 내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을 모두 비판하면서 중도개혁성향의 정책으로 지지율을 회복하는 전략을 쓸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바른정당과의 정책연대를 추진하는 복안도 마련하고 있다.
대선 당시 문재인(민주당)·홍준표(한국당)·안철수(국민의당) 3자구도가 재현되면서 향후 정국은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당시 갈등국면에 있었던 3자가 머리를 맞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고 안 대표가 '중도'를 표방한 만큼 바른정당과의 합당을 통한 정계개편도 점쳐진다.
[김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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