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수교 이후 최대 위기를 맞으면서 양국관계의 재설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2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제·인문교류는 활발하지만, 안보적 측면에서는 서로의 한계를 분명히 느낀 것"이라면서 "우리가 언제까지 한중관계에 대해 모호성을 취할 수는 없다. 적당한 시점에 우리 입장을 취하고 안보 문제를 포함해 적정한 수준으로 양국관계의 재설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원유철 자유한국당 의원은 "그동안 매 주년별로 기념행사를 공동주최 했었는데 이번에는 따로 하는 등 외교적 관례가 바뀌었다"며 "사드는 사드대로 풀어가는 노력을 해야하지만 한중관계도 중요한 만큼 기념행사가 거꾸로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양석 바른정당 의원도 "한중 수교 25주년, 이런 썰렁한 상태를 두고 볼 수는 없다"면서 "우리가 원인 제공자냐, 피해자냐. 냉철한 입장에서 챙겨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한중관계 25주년간 경제, 문화, 인적 교류 부문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는데 이번에 사드 문제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 "이번에 한중관계에 대한 우리 접근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에 공감하고 나름대로 전략적 사고와 분석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사드는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는 점을 중국에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석희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중국이 경제보복 했는데도 사드가 배치되었다면 중국 전략이 실패한 것이고 중국한테도 부담"이라면서 "'사드는 협상대상이 아니다. 다만 한중 관계는 좋아져야 한다'는 식으로 우리가 설득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교수는 "지금 한중 관계가 안 좋다는 것은 다 아는 상황인만큼 문재인정부가 긴호흡으로 한중관계를 잘 만들어가는게 중요하다"면서 "지난 25년간 무엇이 잘못됐고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역으로 생각해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동하 부산외대 교수는 "한중 수교 이후 중국은 우리 기업들이 투자해 일자리가 많이 창출됐고, 우리도 돈을 많이 벌었다"면서 "동북아 운명공동체라는 점을 강조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양국의 상호간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관(官)을 통한 소통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주요 이슈들을 다룰 수 있는 다층적이고 다각적인 협력 채널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장은 "아무리 상황이 그렇더라도 한중 수교 25주년에 제대로된 행사도 안한 것은 안타깝다"면서 "한·중 관계에서 양국 지도자를 설득할만한 민간 네트워크와 메커니즘이 없다는 것이 이번에 드러난 한계"라고 지적했다.
[안병준 기자 /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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