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들의 4강 특사 파견을 보면 어느 나라와의 외교관계 강화에 방점을 찍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3년 1월 당선자 시절 중국에 가장 먼저 특사를 보냈다. 4강 특사외교가 시작된 2003년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시절 이후 미국이 아닌 중국에 먼저 특사를 파견한 첫 사례였다. 당시 친박 핵심이던 김무성 의원을 단장으로 조원진 의원, 심윤조 전 의원 등이 친서를 들고 시진핑 당시 중국 공산당 총서기를 면담했다. 중국을 중시했던 박 전 대통령의 의중대로 양국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내실화에 초점을 맞췄고, 2013년 6월 박 전 대통령은 중국을 직접 방문해 시진핑과 정상회담을 했다.
2015년 9월 박 전 대통령이 전승절 열병식에 참여할 때까지는 한중 관계가 역대 가장 우호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에도 이한구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보냈지만 의례적 성격이 짙었고 실제로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을 만나지도 못했다. 일본과 러시아는 아예 생략했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은 방중에 앞서 2013년 5월 먼저 방미하면서 균형감을 기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같은 날 동시에 4강 특사를 내보내며 '균형 외교' 의지를 강조했고, 무게감 있는 특사들을 택해 비교적 후한 평가를 받았다.
중국에는 대선 후보 경쟁자였던 박근혜 당시 의원을, 미국에도 정몽준 당시 의원을 보내는 등 특사의 '체급'을 올렸다. 일본에는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 러시아에도 오른팔로 불린 이재오 전 의원 등을 파견했다. 당시엔 10년만에 진보정권에서 보수정권으로 교체된 시기였다. 미국과 일본에선 양국관계 복원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한 듯 큰 환대를 받았다. 미국은 당시 조시 부시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정몽준 특사단장을 직접 만나줬다. 후쿠다 야스오 당시 일본 총리는 아예 이 전 대통령의 취임식에 직접 참석했고, 양국간 셔틀외교도 복원되는 성과를 거뒀다. 중국도 후진타오 당시 주석이 특사단장이었던 박 전 대통령을 예우하면서 '전면적 동반자 관계'라는 지표를 설정하는 소기의 성과가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미국과 일본엔 정대철 전 의원, 중국엔 이해찬 의원, 러시아엔 조순형 전 의원 등을 특사로 파견한 바 있다.
[신헌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