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에서 패배한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이 당권을 놓고 내부 권력다툼에 돌입했다.
패장인 홍준표 한국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모두 재충전의 시간을 갖겠다며 여의도에서 한 발을 빼놓고 있지만, 당내 헤게모니를 놓치지 않고 정치적으로 재기하겠다는 뜻을 품고 있다. 반면 당내 중진들은 당 수습과 재건을 위해 대선후보들과 당 지도부가 뒤로 물러서고 새판을 짜야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제1야당인 한국당 내부에선 대선 직후부터 당내 기반이 미약한 홍 후보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라는 악재를 딛고 보수 결집을 통해 24.0%의 지지율을 끌어낸 것은 '공'이지만, 바른정당 탈당 의원 일괄 복당과 친박 징계 해제라는 강수를 두면서 스스로 선거막판 표를 깎아먹었다는 '과'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홍 후보가 '팽' 당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우택 한국당 대표 권한대행은 11일 복당논란에 대해 "홍준표 대선후보는 그렇게 하면 지지를 더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지만 오히려 그렇게 한 것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의 지지율로 더 가고 홍 후보의 지지율이 정체된 요인 중 하나였다는 얘기도 많다"며 "절차와 규정을 무시하는 초당헌적 규정을 들고나온 것은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정 권한대행은 "비대위원 회의를 소집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논의에 따라 복당이 거절될 수 있느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했다.
한국당 내부에선 홍 후보가 복당조치한 12인의 바른정당 탈당 의원들이 '홍준표계'로 활동하면서 그의 당권장악에 앞장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들의 복당을 당 지도부가 막으려는 것도 이런 당권경쟁의 프레임으로 봐야한다는 얘기다.
홍 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제 우리는 이번 선거를 통해 복원된 자유한국당을 더욱 쇄신하고 혁신해야 한다"며 "당권에 눈이 멀어 다시 자유한국당을 분열시키는 어떠한 행동도 옳지 않다"고 당 지도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한국당은 당의 재정비 방안으로 6월 말 혹은 7월초 깨의 이른 전당대회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당내에선 정 권한대행과 홍문종·나경원·안상수 의원 등이 거론된다. 당권에 뜻이 없음을 밝혔던 홍 후보 역시 하마평이 오른다. 특히 "세상이 나를 다시 부를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언급으로 한 바 있어 추대 형태 등으로 전대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어보인다. 홍 후보는 일단 12일 미국으로 건너가 한달 정도 체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은 박지원 당대표 등 지도부가 대선 패배책임을 지고 총사퇴한 가운데 차기 원내대표직을 놓고 호남 중진 의원들간의 경쟁이 시작됐다. 새 원내대표는 당 대표가 부재한 상황에서 당 분위기를 추스르고, 당의 재건을 책임질 비상대책위원장 선정도 주도한다.
오는 16일 오전 10시에 열릴 차기 원내대표 경선에는 호남 중진의원들이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승용 현 원내대표가 임기연장 의지를 강하게 밝히고 있는 가운데,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가 이언주 의원(정책위의장 출마)과 함께 출사표를 던졌다. 장병완 의원, 유성엽 의원, 김동철 의원 등 호남 중진의원들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김관영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진보와 보수를 넘어 제3의 길을 열겠다. 국민의당을 재건하겠다. 다시 한국정치가 양극단의 갈등구도로 회귀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절박한 사명감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출마의 변을 내놨다.
안 후보는 이날 선대위원장단과 당 소속 의원들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 연이어 식사회동에 나섰다. 여의도 한 레스토랑에서 박지원·손학규 전 상임선대위원장, 천정배·정동영·박주선·주승용·천근아·김진화 전 공동선대위원장 등과 오찬을 가졌다.
안 후보는 이 자리에서 대선 기간 동안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고, 향후 당의 향방과 자신의 정치행보에 대해 의견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대표는 오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선거에 힘쓴 분들에게) 감사말씀을 다 드린 다음에 재충전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계은퇴를 하지 않고 차기 대선을 노리는 안 후보가 외출을 나서기 전에 집안 단속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전범주 기자 /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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