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제19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새 날이 곧 밝는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으로 앞당겨 치러지는 5·9 대선은 탄핵을 둘러싼 찬반 대결의 연장선상에서 애초부터 갈등과 분열을 내포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대정신(Zeitgeist)은 통합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 경제는 저성장 터널에 갇혀 신음하고 있고, 한반도 안보 상황도 어느 때보다 엄중하다.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승자와 패자, 그리고 양측 지지자 모두가 통합을 향해 함께 나아가야 하는 이유다. 이번 선거는 승리한 진영만의 축제가 아니라 국민 모두의 축제여야 한다는 얘기다.
김용덕 중앙선거관리위원장도 8일 대국민 담화문에서 "이번 선거는 적극적인 참여와 화합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선거가 돼야 한다"며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고 모두가 힘을 모아 대한민국의 희망찬 미래를 열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선 후보들은 이날 마지막 선거운동에서 단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다만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언사나 네거티브 공격이 막판 기승을 부리면서 혼탁한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이날 부산을 시작으로 대구, 청주를 거쳐 출마 선언을 했던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유세를 했다. 문 후보는 부산 유세에서 "이제 관심사는 승부가 아니다"라며 "문재인의 득표율이 관심사"라고 승리를 자신했다.
그는 앞서 기자회견에서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개혁과 통합의 도도한 흐름을 만들어달라"며 "압도적 지지가 모이면 천지개벽 기적이 가능하다"고 호소했다. 이어 "개혁으로 낡은 시대와 결별해야 한다"며 "단순한 정권교체가 아닌 새 세상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부산부터 서울까지 경부선 상행선을 타고 올라온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위대한 국민, 위대한 대한민국'을 마지막 유세 표어로 내걸었다. 그는 "좌파가 무너뜨린 자유대한민국 기초를 다시 세우겠다"면서 "대역전의 기적을 완성하겠다"고 주장했다. 홍 후보는 또 "집권 즉시 위기대응 비상정부를 수립하겠다"며 "1년 내에 국가 대개혁의 초석과 선진강국 기반을 완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민심의 바다가 모든 여론조사를 뒤엎는 대역전극을 만들 것"이라며 "국민의 손으로 기적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문재인, 홍준표 후보 어느 쪽을 뽑아도 국민은 분열된다"라며 "앞으로 5년 내내 광장은 분노한 대중의 전쟁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개혁공동정부를 구성해 분열과 대립을 해소하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이날 "소신과 양심대로 투표하는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라며 '소신 투표'를 강조했고,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저에게 투표해야 촛불 시민의 열망이 실현될 수 있다"며 민주당 측이 제기한 '사표(死票)론'을 경계했다.
9일 대선은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전국 1만3964개 투표소에서 진행된다. 중앙선관위는 개표율이 70~80%에 이르는 10일 오전 2~3시께 당선자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앞서 한국방송협회와 지상파 3사는 9일 하루 전국 330개 투표소에서 9만9000여 명을 대상으로 출구조사를 한 뒤 오후 8시 정각에 예상 당선자와 득표율을 발표할 예정이다.
[신헌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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