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최고의 순간은 TV토론에 자신만만했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게 팩트 공세를 퍼부어 말문을 막히게 한 것이다. '보수 진영'의 대표 후보를 놓고 경쟁중인 두 후보는 TV토론마다 뜨거운 신경전을 벌여 주목을 받았다.
당시 상황을 보면, 홍 후보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무상급식 문제를 놓고 공격중이었다. 유 후보가 불쑥 끼어들어 "감사를 받으면 무상급식에 찬성하십니까"라고 묻자 홍 후보가 "지금 현재 있는 상황은 찬성…"이라며 말 꼬리를 흐렸다. 유 후보가 "옛날에 반대하지 않았냐"며 공세를 이어가자, 홍 후보는 "유승민 후보는 참…, 주적이 저기(문재인)라니까"며 상황을 모면하려는 모양새가 역력했다.
아울러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홍 후보를 향해 "말바꾸시는 거 보니까 '스트롱맨'이 아니라 '나이롱맨'이네요"라 놀리며 마무리했다.
홍 후보는 유 후보의 팩트 집중공세에 여러차례 "이정희 같다"는 발언을 하며 자신에게 불리한 국면을 회피하려고 부단히 애쓰기도 했다.
TV토론마다 호평을 이끌어낸 유 후보에게도 지우고 싶은 순간은 있다. 바로 심 후보가 "굳세어라 유승민! 힘내세요"라며 위로를 건넨 장면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서 심 후보보다 지지율이 뒤지는 상황과 맞물려 안타깝다는 반응이 많았다.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자유한국당 홍준표·국민의당 안철수·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에게 '3당 후보 단일화'에 대해 묻자, 세 후보는 모두 반대 의사를 표했다. 그러면서 홍 후보는 "바른정당의 존립이 문제되니까 한 번 살아볼라고 하는 거 아니냐"며 유 후보를 빈정댔다. 그러자 심 후보가 "유 후보가 뜻한대로 수구보수 세력 밀어내고 따뜻하고 건전한 보수를 세우는데 주도적 역할을 해달라"며 이같이 편을 들었다. 하지만 유 후보에게는 심 후보의 위로가 썩 내키지만은 않았을 것이라는 평가다.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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