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승 굳히기'에 나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역전극을 노리는 안희정 충남도지사·이재명 성남시장이 영남 표심을 놓고 격돌했다.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지난 달 31일 부산 사직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영남지역 순회투표 경선에서 대선 본선 진출을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저마다 정권교체 적임자임을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문 전 대표는 정견발표를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구속을 보며 영남은 지금 허탈하다. 영남의 27년 짝사랑, 그 끝은 배신이었다"며 "영남의 꿈을 담은 설계도를 준비했다. 부산은 동북아 해양수도로 도약하고, 울산은 미래형 글로벌 산업도시로 다시 성장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지사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대연정 제안에 대해 정치공학이라는 분도 있고 우클릭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지만 사실 우리 모두가 가야하는 길인 걸 알면서 가지 않는 길이다"며 "민주주의 협치 역량을 높이지 않고 '나 대통령 만들어주면 다 해결해주겠다'고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정견발표를 통해 "이재명을 찾기 위해 위를 보지 말아달라. 이재명은 여러분 옆에 있다"며 "대한민국을 맡겨주시면 역사상 최고의 개혁대통령이 되겠다. 도둑을 잡아야 마을이 평온해질 수 있는 것처럼 청산이 있어야 진정한 통합과 새출발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향후 흐름은 문 전 대표 누적 지지율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문 전 대표는 호남·충청 경선을 통해 55.9%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날 영남 경선이 끝난 뒤 문 전 대표 누적지지율이 상승하면 문 전 대표 대세론이 더욱 굳어지겠지만, 하락한다면 안 지사나 이 시장 역시 끝까지 희망을 이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호남·충청에서 2연승을 거둔 문 전 대표 측은 이날 오전 '더문캠 선대위-본부장단 영남연석회의'를 열고 대세론 굳히기에 나섰다. 전재수 더문캠 부산 선대위원장은 "지난 총선 부산 시민들이 민주당 의원 5명을 배출해준 데 대해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이번 대선 본선에서는 51% 이상의 득표율을 반드시 얻겠다"며 "최근 언론을 보면 반기문 전 총장을 띄웠다가 낙마하니 다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를 띄우고, 이게 안되니 안희정 충남지사로 갔다가 최근에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를 띄우고 있지만 기득권과 맞설 후보는 이미 답이 나와있다"고 말했다.
영남 현지의 민심은 호남과 충청에서 승리를 거둔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의 대세론이 더 확고해지는 모양새다. 부산역에서 만난 시민들 대부분은 문 전 대표 개인에 대한 호불호와 상관없이 민주당 경선 결과가 이미 정해졌다고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울산 서부동에서 온 박상용 씨(31·회사원)는 "문재인은 수 년간 민주당의 상징적 인물이었고 안희정과 이재명은 부상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며 "호남·충청지역 경선 결과로 볼 때 나머지 지역에서 뒤집어질 가능성은 없을 듯하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호남 경선에서 60.2%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가 충청 경선에서 누적 득표율이 55.9%로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과반을 넘기고 있다. 경북 인동에서 온 50대 김 모씨는 "일단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문재인이 대세긴하다"며 "딱 이사람이 맘에 들어서 찍는다긴 보단 마땅한 사람이 없으니 다들 찍으려는거 아닌가. 지지도가 계속 꾸준히 높게 유지되고 있으니 대세"라고 말했다.
이어 김 씨는 대구·경북(TK) 지역 민심에 대해 "연세가 있는 분들은 TK 색깔의 홍준표를 지지하는데 그 아래 연령층은 전혀 아니다"며 "알만한 사람들은 홍준표 안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산격동에서 온 30대 이모씨는 "문재인이 딱히 끌리지는 않지만 결국 (대통령이) 될 거 같다"며 "개인적으로는 안 지사를 지지한다. 완전히 진보도 아니고 보수도 아니고 절충적인 역할을 잘 할거 같다. 노무현과 문재인이 잘 섞였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돼지국밥집을 운영하는 60대 김 모씨는 "결국엔 문재인이 되지 않겠나. 홍준표로는 택도 없다"며 "안철수는 조금 기대하고 있지만 문재인을 넘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구 대봉동에서 온 박 모 씨(33·회사원)는 "이미 문재인이 대세라 안희정, 이재명이 뒤집기 힘들 것"이라며 "홍준표가 유승민한테 대구·경북정서는 살인자는 용서해도 배신자는 용서안한다며 자기가 대구경북의 적자라고 말하는 게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부산 = 김태준 기자 / 서울 =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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