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이 확정되면서, 지금껏 임시로 국정을 운영해왔던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향후 거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두 달 후 치러지는 조기대선에서 '길 잃은 보수'를 결집할 구심점으로 황 권한대행이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다.
황 권한대행은 그동안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함구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대선판에 선수로 뛰어들지, 심판으로 남을지를 결정해야 할 시기가 코 앞에 다가왔다. 그의 출마 여부에 대해 정치권은 반반으로 갈린다. 그만큼 안갯속이다.
일단 황 권한대행은 선거 날짜로부터 30일 전에 공직에서 물러난다면 대선출마에 법적인 문제가 없다. 앞으로 한달 내에는 거취를 결정해야 하는 셈이다.
대선출마의 가장 큰 부담은 박근혜 정권이 탄핵받은 시점에서 한 몸인 그가 심판에서 선수로 변신한다는 점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여론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안이 2004년 기각되자 당시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이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국무총리에서 물러난 전례가 있지만, 지금과는 여러가지 상황이 다르다.
정치판에 뛰어들 경우, 두 달여 기간동안 야권으로부터 엄청난 정치적 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최대 경쟁자인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와 외교안보 이슈를 놓고 색깔경쟁을 펴야하는데, 군대를 다녀오지 않았다는 점이 특히 뼈아프다.
하지만 보수진영에 의미있는 대선후보가 없다는 점은 황 권한대행의 출마의지를 불러일으키게 하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보수 진영을 끌어안기에 황교안 만한 카드가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황 권한대행은 30년 검찰생활 동안 '미스터(Mr.) 국보법'으로 통했다. 그는 사법연수원 13기로, 1987년 서울지검 공안검사로 검찰 인생을 시작했다. 김현희의 칼(KAL)기 폭파사건과 임수경 방북사건 수사를 맡았고, 학생운동 및 시국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그는 2011년 재출간한 <국가보안법 해설> 머리말에서 "국가보안법은 자유민주체제를 지키기 위한 안보형사법이다. 우리의 안보 여건이 변하지 않는 한 정치권의 이해득실에 따라 그 개정이나 폐지가 논의될 수 없는 국가의 기간법"이라고 밝혔다.
검찰에서는 대검 공안1과장, 서울지검 공안2부장, 서울중앙지검 2차장, 대구·부산고검장을 지냈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된 뒤 9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이 'RO(지하혁명조직) 사건'으로 구속되자 법무부에 위헌 정당·단체 관련 대책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그해 11월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을 추진해 이듬해 끝내 해산 판결을 이끌어냈다. 황 권한대행의 이런 공안통 이력은 보수를 결집하는데 제격이라는 평가다.
정치권에선 황 권한대행이 대권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데 많은 이들이 공감한다. 다만 의지의 강도와, 의지를 실현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지느냐에 달린 문제라는 얘기다.
실제로 황 권한대행은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49회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저는 기독자로서 책임감을 갖고 위기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조속한 국정 안정을 이루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시는 자는 여호와시라(잠언 16장 9절)"는 성경구절을 인용했다. 이는 원래 원고에 없던 내용으로, '전도사'인 황 권한대행의 대권출마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황 권한대행이 대선에 출마한다면 자유한국당과 같은 배를 타야할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은 황 권한대행에게 "함께 하고 싶다. 조속히 결단을 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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