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북 강경 기조와 김정남 암살로 궁지에 몰란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통해 국면 전환을 꾀하고 나섰다.
북한은 6일 오전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4발을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동쪽으로 발사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합참은 "비행거리는 약 1000여㎞이고 최고 비행고도가 260여㎞였다"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일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것은 지난 2월12일 북극성 2호를 발사한 지 22일 만이다.
북한은 이날 1분여라는 짧은 시간 동안 탄도미사일 4발을 한꺼번에 발사하면서 도발의 강도를 예전보다 높였다. 특히 여러 발의 미사일을 약간의 시차를 두고 거의 동시에 발사한 것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계를 노림으로써 성주 골프장에 배치될 사드를 무력화하려는 전략적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미국 정부가 대북 정책을 재검토하는 시점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트럼프 내각의 강경파를 더욱 자극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부터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이 시작되면 연례적으로 미사일 발사 등을 통해 반발해왔다. 더욱이 김정은 정권은 김정남 피살로 말레이시아와 외교 갈등을 빚고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 및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 논의 등 강경 분위기 때문에 다방면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 북한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탄도미사일 4발 동시 발사로 예전보다 도발 수위를 올렸으나 국제사회의 더욱 강력한 대응만 불러올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북한 미사일 4발 가운데 3발이 자국 배타적경제수역(EEZ) 이내에 낙하하자, 즉각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하고 비상대응에 들어갔다. 아베 신조 총리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으로 북한에 강력하게 항의했다"며 "미국과 긴밀히 연대해 정보수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국무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소식에 현지시간 일요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긴급 성명을 내고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것이라며 강력 규탄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이날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하고 "주한미군 사드 배치를 조속히 완료해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한 방어체제를 갖추는 동시에, 대북 억제력 제고를 위해 미국의 확장억제력을 실효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방안도 적극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허버트 맥마스터 미국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긴급 전화 통화를 하고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강력하고 실효적인 대북제재·압박을 위해 양국간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도쿄 = 황형규 특파원 / 서울 =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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