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외교장관은 16일(현지시간)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처음 열린 양자 회담에서 북한 김정남 암살 사건에 대해 논의했다. 25분간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한미 동맹에 빈틈 없다'는 원칙을 양측이 재확인했다.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16∼17일·독일 본)에 참석 중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후 본의 월드콘퍼런스센터에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과 양자 회담을 개최했다.
한국과 미국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1월 20일) 이후 처음 열린 양자 외교장관 회담에서 북한의 핵무장이 최종단계에 도달했다는 인식 아래, 공동 대응방안을 수립키로 했다. 25분간의 짧은 회담은 대부분 북핵 문제 해법과 최근 불거진 김정남 암살 사건에 집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두 나라 장관은 북한의 핵무장이 최종단계까지 갔다는데 전적으로 공감하면서, 북핵이 과거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위협이라는 공동의 인식을 확인했다고 배석한 외교부 당국자가 전했다.
또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 공동의 방안을 논의하면서 특히 중국의 대북압박을 견인하기 위한 방안이 비중 있게 논의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을 더 강하게 압박하기 위해 중국을 어떻게 견인할 것인지에 대해 틸러슨 장관의 관심이 많았고, 윤 장관은 그에 대해 상세한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들을 제재함으로써 중국을 압박하는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을 미국이 추진할 수 있다는 점에도 두 장관 사이에 공감대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틸러슨 장관은 "한미간에 어떠한 틈(space)도 없다"며 "한국 정부와 국민은 안심해도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장관은 지난 13일 말레이시아에서 발생한 김정남 암살 사건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두 장관이 '매우 비상한 사건'이라고 표현했다"며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상당히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고 국제사회의 대응에 대해 긴밀히 조율하겠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소개했다.
한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17일 열릴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위안부 소녀상 문제를 거론하겠다고 밝혔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독일 본에서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 중인 기시다 외무상은 지난 16일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윤병세 한국 외교장관과 소녀상 문제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며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확실히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미래를 향해 양국 관계를 전진시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의사소통을 꾀하겠다"고 덧붙였다.
[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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