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막에 감춰진 비선실세 최순실의 목소리가 청문회장에 울려퍼졌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지난 14일 최씨가 고영태씨에게 위증을 종용하는 녹취록을 첫 공개했습니다.
"죄송하다" 등의 짧은 문장으로만 전해졌던 국정농단 중심 인물의 생생한 목소리가 민낯을 드러내는 순간이었습니다.
독일에서 귀국하기 전 기록된 것으로 알려진 해당 녹취록에서 최씨는 담담한 어조로 "고(영태)한테 정신 바짝 차리고 걔네들이 이게 완전 조작품이고 얘네들이 이거를 저기 훔쳐가지고 이렇게 했다는 것을 몰아야 된다"고 말합니다.
현재 붉어진 의혹을 거짓으로 몰라는 압력이 담긴 메시지로 풀이됩니다. 이어서 최씨는 "분리를 안 시키면 다 죽어"라며 위증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의혹만 무성하던 최씨의 비선 지령이 국민들의 귀에 똑똑히 들린 순간입니다.
일부 누리꾼은 최순실의 목소리를 듣고 "박근혜 대통령이 발언할 때 왜 말을 더듬었는지 알 것 같다"며 비꼬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최순실이 대통령이었고 국정원의 브레인이기도 했다"며 개탄했습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난 오늘(15일), 최 씨의 2차 녹취록이 박 의원을 통해 공개됐습니다. 역시 핵폭탄급 내용이 대거 담겨있었습니다. 박 의원은 이번 파일을 공개하면서 베일에 쌓여있던 제공자의 신원을 공개했습니다. 의문의 목소리 주인공은 바로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이었습니다.
2차 녹취록에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SK가 80억원을 K스포츠재단에 투자할 때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한 최순실의 지시가 담겨있었습니다.
앞서 안 전 수석에 대한 의혹은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이 지난 10월 말 언론 인터뷰에서 "2월 29일 SK를 찾아가 80억원 투자 유치를 설명했다"며 붉어진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녹취록에서 최씨가 "사무총장이 뭐라고 얘기를 했다는 거야"라고 묻자 상대방은 "안종범 수석이 확인 전화가 왔다. 이거를 다 얘기했다. 중요한 부분들을"라고 답했습니다. 상대가 답변을 하던중 최씨는 체념한듯 짧은 한숨을 내쉽니다. 다른 파일에선 최씨는 "왜 막지 못했냐"며 언론과의 인터뷰를 막지 못한데에 대한 짜증 섞인 목소리를 냅니다.
기세를 몰아 박 의원은 특검과 국정조사 등을 대비해 만든 것으로 보이는 '대응방침' 문건도 공개했습니다. 이 문건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 절차 등이 담겨 있습니다.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국회 청문회장에서 헌정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의 주인공인 최순실씨의 지령이 담긴 육성 파일이 두 차례 공개되면서 국민의 분노도 더 커질 전망입니다.
[MBN 뉴스센터 홍태화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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