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안 표결을 하루 앞둔 8일, 박근혜 대통령은 매우 담담한 표정으로 오히려 참모진들을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참모들은 막판 설득을 위해 새누리당 비주류 핵심 의원과의 전화통화를 박 대통령에게 건의했지만, 박 대통령은 “괜한 오해를 살 수 있고, 담대하게 기다리는게 좋겠다”고 답했다 한다. 박 대통령은 이어 “(탄핵안) 표결 결과에 일희일비 하지 말고 차분하게 가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런 것 저런 것 생각하지 말고 담백하게 임하자는 뜻으로 이해했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9일 탄핵안 표결 전까지 특별한 메시지 없이 국회 상황을 지켜볼 방침이다. 이후 투표 결과가 나오면 어떤 형식으로든 입장표명이 나올 전망이다.
청와대는 이날 긴장된 분위기 속에 국회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참모들은 박 대통령 언급대로 결과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나타내면서도 탄핵안 향방에 신경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특히 탄핵안이 가결되더라도 압도적으로 될지, 간신히 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한 참모는 “탄핵안이 압도적인 찬성에 의해 가결되면, 새누리당도 죽고 대통령에게도 악영향을 주게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토로했다.
반면 찬성표 200을 간신히 넘기는 이른바 ‘턱걸이 가결’이 이뤄지면 희망을 가져볼 만 하다는 분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헌법재판소도 투표 결과를 주시하지 않겠느냐”며 “간신히 가결될 경우 헌재도 보다 중립적인 입장에서 정치적·법률적 고려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탄핵안 가결시 박 대통령은 곧바로 ‘직무정지’ 상태에 처하게 된다. 야당은 탄핵안 가결 이후 박 대통령이 즉각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청와대는 “법적인 절차에 따라 법리적 준비에 나설 것”이라며 ‘퇴진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도 지난 6일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정진석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더라도 헌재 과정을 보면서 차분하고 담담하게 갈 각오”라며 정면돌파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만일 탄핵안 부결시 박 대통령은 또다시 선택의 갈림길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이날 새누리당 이 대표는 “탄핵안이 부결되면 박 대통령이 내년 4월 퇴진을 공식 선언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개인 의견이라고 전제하긴 했지만, 박 대통령과 모종의 교감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내년 4월 퇴진’ 당론이 사실상 폐기된 만큼, 박 대통령이 ‘임기 완수’ 배수진을 치고 정면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청와대는 전날 고영태씨가 제작한 대통령 옷과 가방 비용(4500만원 상당)을 최순실씨가 사비로 지불했다는 이른바 ‘뇌물’ 논란과 관련해 “대통령이 모두 정확히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남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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