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최순실 관련 예산’ 1700여억원을 뭉텅이로 삭감하면서 지역구 예산은 알차게 챙겨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정부안에도 없던 지역 사업을 신규로 집어넣어 234억원을 추가하는 저력을 보였다.
21일 매일경제가 입수한 ‘2017년도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세입세출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심사결과’에 따르면 이 대표의 지역구인 순천시 관련예산은 ▲순천만 야간경관 조성사업(50억원) ▲순천 유소년·청소년 다목적수영장 건립(50억원) ▲순천 유소년·청소년 스포츠체험센터(10억원) 등 110억원이 늘어났다. 아직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의 심사 과정이 남아있는 만큼 내년 예산을 확보했다고 단정지을 수 없지만 예산전쟁에서 ‘7부 능선’은 넘은 셈이다.
이 대표는 또 교문위 소속 의원 중 유일한 전남 의원으로서 ▲전남 거점고등학교 공공형 골프실습시설(18홀) 확보(100억원) ▲전라도 천년기념 상징공간 조성사업 기본계획 및 실시설계비(24억원)를 추가시키는데 직·간접적으로 힘을 썼다는 후문이다.
이 대표는 자신이 지명한 방귀희 새누리당 최고위원을 통해 장애인 관련 예산도 약 10억원 넘게 받아냈다. 이 중 장애인 문학진흥을 위한 장애인 문학지 출간 및 전문잡지 발간으로 배정된 3억3000만원의 경우 방 최고위원이 발행이었다가 지금은 폐간한 ‘솟대문학’을 지원 예시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교문위원장인 유성엽 국민의당 의원도 ▲동학관련 유적지 정비 및 동학농민혁명 기념공원 조성(79억9200만원) ▲정읍 지역문화관광테마파크 조성(3억원) 등 지역구 예산 82억원을 챙겼다. 유일한 전라북도 지역 의원으로서 전북 예산도 30억원 가량 확보했다.
유 의원측 관계자는 “동학농민혁명 기념공원 조성과 정읍 지역문화관광테마파크 조성은 지역구 예산이 맞고 정부안에서 누락됐지만 필요성이 인정돼 반영된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예산안 편성시 일반적으로 정책 우선순위와 투자 효율성을 감안해 재원을 배부한다. 그러나 지역구 의원들이 정부안에서 빠진 민원성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국회 예산심사 과정에서 밀어넣는 경우가 다반사다. 특히 이번 교문위 예산심사에서는 ‘최순실 예산’으로 지목된 문화창조융합벨트 관련 예산이 877억5000만원 삭감되고 국가 이미지 통합 사업 예산, 위풍당당 코리아 사업 등 논란이 된 사업도 여지없이 축소되거나 없어져 지역 예산 확보가 한층 용이했다는 평가다. 아울러 최순실 예산을 대폭 잘라내면서도 전체 문체부 소관 예산은 2168억원이 증액됐다.
교문위 소속 여당 의원실 관계자는 “보통 문체부 예산안 초안보다 약 2000억원 정도 민원예산이 늘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올해는 최순실 예산 명목으로 1700여억원이 삭감된 것을 감안하면 그만큼 민원성 예산이 평년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뜻한다”고 밝혔다
추가 예산 항목들도 중국인 유학생 페스티벌, 인천 한류관광 콘서트, 서울 한류(K-pop) 공연 등 지방자치단체 행사 뿐만 아니라 전통사찰 보수정비, 관광기반 시설 조성 등 지역 표심과 직결된 사업들이 대거 망라됐다.
이밖에 주요 교문위원들의 예산 실적을 보면 새누리당 간사인 염동열 의원은 유현문화관광지 조성 등으로 약 23억8800만원을, 최순실 게이트 폭로에 선봉장이었던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홍대 앞 인디밴드 대규모 공연 사업 등에 약 47억원을 추가시켰다.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은 과거 명의도용 등 부적절한 방법으로 비영리민간단체를 만들어 보조금을 받아 개최했던 ‘큰선비 조광조’공연과 비슷한 정암문화제에 5000만원을 증액시킨 2억원을 수정예산안에 포함시켰다.
[김명환 기자 /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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