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조만간 ‘책임총리제’를 공식화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이번주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수습을 위한 절체절명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책임총리제 공식화’에 앞서 박 대통령과 야당 대표간 회동을 성사시키기 위해 전력을 쏟아붓겠다는 각오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김병준 총리 지명 철회’ 없이 여야 영수회담은 없다고 강조하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은 필요하면 국회를 직접 찾아 두 야당 대표를 만나는 방안까지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기사 A6·8면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대국민담화때 ‘책임총리’를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아 사과의 진정성에 큰 의구심을 불러 일으켰다. 책임총리를 언급하는 대신 “헌정중단은 안된다”며 오히려 국정정상화를 위해 주도적으로 나설 뜻임을 시사했다. 이 대목은 상당수 청와대 참모들도 예상치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인지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아직도 청와대 공식 참모진 외에 ‘비선’의 도움을 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청와대 의사결정이 ‘비선’이 아닌 청와대 내부의 공적인 논의 시스템을 거쳐 투명하고 진정성 있게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6일 “이번주 안에 박 대통령이 김 총리 후보자에게 확실히 힘을 실어주고 내각총괄을 당부하는 언급을 할 것”이라며 “이는 사실상 책임총리제 공식화를 의미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외치는 대통령이, 내치는 총리가 책임지는 구조는 헌법상 명시된 통치체제가 아니기 때문에 박 대통령이 이를 직접 언급하기 보다는 장관 제청·해임 등 헌법에 보장된 총리 권한을 100% 보장한다는 발언으로 사실상 ‘분권형 대통령제’(이원집정부제) 실험 내지는 ‘2선 후퇴’ 방침을 공식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책임총리’ 언급 시점과 방식은 아직 고민중이다. 현재 분위기상으론 여야 영수회담 직후가 유력하다. 청와대 한 참모는 “야당이 총리 지명 철회를 주장하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김병준 책임총리’를 강조하고 나서면 이 또한 ‘대결구도’로 비춰질 우려가 있다”며 “책임총리 언급 이전에 여야 영수회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야당을 만나 총리 지명 절차의 미흡함을 진정으로 사과하고 인준을 요청하는게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책임총리 공식화는 여야 영수회담 이후 박 대통령이 김 총리 후보자를 만나 공개 언급하는 방안, 야당 대표와 회동 성사시 모두발언을 통한 방식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여야 영수회담이 여의치 않을 경우 ‘책임총리’ 발언을 먼저 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치권이 영수회담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시간만 허비할 경우 책임총리를 먼저 공식화해 영수회담을 압박하는 카드도 검토 중이라는 얘기다.
[남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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