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던진 개헌론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자 여야 대선주자들이 거국 중립내각을 고리로 개헌론 불씨 살리기에 나섰다.
27일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지금은 특정 개인에 의해 나라가 움직이는 영웅의 시대가 아니다”면서 “특정 세력이나 정파가 권력을 독점하는게 아니라 구성원들이 서로 연대하고 협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 대표는 “최순실 사태 같은 일이 앞으로 생기지 않도록 국정운영 체계를 바꾸는 개헌이 돼야 한다”며 “5년 단임제 이후에 6명 대통령이 재임 중 친인척이 구속됐고 5명은 출당 당했는데, 현 대통령은 과연 어떻게 될지 정말 안타까운 심정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박 대통령 임기가 1년 4개월 남았는데 또다시 유체이탈 화법을 쓸 상황은 아니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면서 “여당 대표와 이 문제를 상의해 국회에 책임을 나누자는 요청이 있으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날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국가운영체제와 개헌’ 토론회에서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가 “박 대통령이 남은 임기동안 외교·안보만 맡고 국회서 추천한 사람이 책임총리를 맡아 개헌에 앞서 분권형 권력구조를 실험해 보자”는 제안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김 의원은 또 야당이 대선을 앞두고 중립내각을 받아들이겠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막상 대통령이 하자면 겁이나 발을 빼는 거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이번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도 “최근 발생한 엄청난 사태는 과연 제왕적 대통령 책임제가 아니면 가능했겠느냐”라며 “한 사람의 잘못된 판단으로 나라가 어떤 상황으로 빠질 수 있다는 게 극명히 드러났다”고 분권형 권력구조에 찬성 입장을 나타냈다.
여권에서 발빠른 대권행보를 보이고 있는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개헌론에 대해 사망선고를 내린 안철수 국민의당 전 공동대표도 거국 중립내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여야 잠룡들이 거국 중립내각 구성을 한 목소리로 요구하는 것은 내년 대선에서 청와대의 영향력을 최대한 배제시키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특히 분권형 개헌을 주장하는 개헌론자들은 최순실 파문으로 꺼진 개헌론 불씨를 되살리기 위한 카드로 거국 중립내각 구성을 만지작 거리는 모양새다. 만약 청와대가 이를 수용해 박 대통령의 남은 임기동안 분권형 국정운영을 무리없이 실시할 경우 개헌에 앞서 예행연습을 할 수 있는데다가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줄이는 완충작용도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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