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풍(潘風)’은 어디서 시작해 어디로 불어가는 것일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최근 만나고 돌아온 3당 원내대표들의 입을 통해 그의 대선 출마 의지는 재확인됐다. 반 총장 대망론이 현실화되기 위해선 두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정치 경험이 전무한 그로서는 특정 정치세력의 공고한 지지, 즉 ‘둥지’가 필요하다. 현재로선 그가 새누리당을 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곧바로 당내 경선에 뛰어들지는 미지수다.
두번째로는 표의 확장성이 중요하다. 대선을 15개월 앞둔 시점에서 반 총장의 지지 기반을 분석해보니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를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호남에서 반 총장 지지율이 석달새 빠르게 상승한 점이 주목된다.
또 반 총장은 세대별 지지율에서 50대 이상의 압도적 지지를 얻고 있는 반면 20~40대 지지율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상당한 격차로 뒤졌다. 충청 출신의 보수 후보라는 점에서 ‘지역적 확장성’은 뛰어난 반면 ‘세대간 확장성’은 부족하다는 얘기다.
◆호남서 文 33.5%, 潘 33.1%, 安 20%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이달 19~20일 전국 성인 1024명을 대상으로 대선주자 가상대결(95% 신뢰수준 ±3.1%P)을 실시해 22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3자 대결에서 반 총장은 38.5%, 문 전 대표는 30.6%,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18%를 각각 얻었다. 반 총장은 3자 대결에서 지난 5월 이후 1위를 지키고 있고, 격차는 오차범위를 벗어나는 수준이다.
양자 대결시 반 총장(46.7%)은 문 전 대표(38.4%)를 따돌렸고, 안 전 대표와 대결시엔 46.3% 대 32.5%로 격차를 더 벌렸다.
특히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반 총장의 호남 지지율(3자 대결시)이 지난 7월 21.5%에서 8월 25.7%, 9월 33.1% 등으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호남 1위인 문 전 대표와의 격차가 불과 0.4%P로 좁혀진 것이다. 호남에서 반 총장 지지율이 상승하는 동시에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은 하락한 점도 눈길을 끈다.
반 총장은 문 전 대표의 양자 대결에서도 호남에서 오차범위 내로 앞섰다. 반면 안철수 대표와의 양자대결에선 오차범위 내에서 뒤졌다. 호남의 표본 크기가 작기는 하지만 유의미한 현상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새누리당이 호남 출신 당대표를 뽑았고, 이정현 대표가 ‘호남 연대론’을 주장한 시점과 맞물려 지지율이 올랐기 때문이다.
충청권에선 뜻밖에도 ‘반풍’이 거세지 않았다. 반 총장에 대한 충청권 지지율은 36.8%로 전국 평균에도 못미쳤다. 오히려 부산·경남·울산에서 42.1%를 얻어 전국 최고 지지율을 기록했고, 이어 대구·경북이 41.1%로 핵심 지지기반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적으로 야권 성향이 강한 서울(37%), 경기·인천(39.5%)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반 총장이 여권 후보로 분류되지만 아직 특정 정당 소속이 아니라는 점에서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가 나오는 것”이라며 “특히 반 총장 지지율은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과 연동되고 지지 기반도 중첩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반 총장이 새누리당에 입당하고, 현 정권의 레임덕이 가속화될 경우 반기문 ‘독주체제’가 크게 흔들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3자 대결시 50대 이상서 潘 몰표
현재 여론조사 1~3위인 세 사람이 3자 대결을 벌일 경우 세대간 대결 양상도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 총장은 3자 가상대결시 50대에서 42.9%, 60세 이상에선 무려 56.7%를 얻었다.
반면 20~40대에선 문 전 대표에 뒤지고 안 전 대표보다는 높은 지지를 얻었다. 반 총장과 문 전 대표 두 사람이 맞붙을 경우에도 반 총장은 50~60대에서 승리하지만 40대 이하에선 모두 졌다. 결국 이념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장년층이 반 총장의 표밭이지만 젊은 세대로의 표 확장력은 부족하다는 얘기다.
여권 내에서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이 세대교체론을 내세워 반 총장을 견제할 ‘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반(潘)-안(安) 연대’ 시나리오에 대해 김부겸 더민주 의원은 이날 “새누리당에서 이정현 대표가 탄생한 뒤 그런 얘기가 나온다”며 “정치에서는 그런 일이 발생할 수 있지만 안 전 대표에게 기대를 걸고 정치 변화를 바라는 분들이 어떤 생각을 할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반-안 연대’는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이 정치적 연대를 통해 중도보수 정권을 탄생시킬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신헌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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