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위성 운반용 로켓 엔진을 시험했다고 발표함에 따라 조만간 장거리 미사일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5차 핵실험에 이어 노동당 창당 기념일(10월 10일) 또는 북한의 첫 핵실험일(2006년 10월 9일)에 맞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사실상 예고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0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백두산계열’의 신형 정지위성 운반로켓용 엔진 분출시험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서해 위성 발사장 시찰에서 “이번 시험성과에 토대해 위성발사 준비를 다그쳐 끝냄으로써 적들의 비열한 제재압살 책동으로 허리띠를 조여매면서도 변심없이 우리 당만을 믿고 당을 따라 꿋꿋이 살며 투쟁하는 우리 인민들에게 보다 큰 승전 소식을 안겨주자”고 말했다.
이번 액체 로켓 엔진 시험성과를 바탕으로 조만간 ‘위성’을 발사하겠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시험 내용에 대해서 “작업 시간은 200s(초)로 하고 발동기 연소실의 연소 특성, 조종 계통들의 동작 정확성, 구조 믿음성을 최종 확증하는데 목적을 두고 진행했다”며 “새로 개발한 대출력 발동기는 단일 발동기로서 추진력은 80tf(톤포스·80톤의 추력)”라고 주장했다.
군 당국은 특히 북한이 새 엔진의 추진력이 80tf라고 주장한 데 대해 주목하고 있다. 만약 북한 주장이 사실이라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엔진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발사된 광명성호는 27t 노동미사일 엔진 4개를 묶었다. 80tf 추력의 엔진 개발에 성공했다면 지금까지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위해 사용한 노동 엔진보다 추력이 3배나 향상된 것이다.
1단 추진체에 80t 엔진 4개를 묶으면 미국 본토까지 날아갈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ICBM 기술력 확보를 위한 초기 단계의 실험”이라며 “북한이 주장하듯 이번 위성로켓엔진의 추진력이 80tf에 달한다면 이는 중국의 최초 ICBM라 불리는 둥펑(東風)-5의 엔진 기술력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에 사용될 수 있는 고출력 신형엔진을 성능 시험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고, 시험의 성공 여부는 좀 더 분석이 필요하다”면서 “북한이 발표한 내용에 근거한다면 출력이 향상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이어 ICBM까지 손에 넣게 된다면 미 본토도 북한의 공격으로부터 자유롭지 않게 되며, 이는 유사시 미국의 전략적 판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 원장은 “북한은 이번 실험을 통해 오바마 정부에게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능력을 갖춰가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라며 “북한이 실제로 미국에 핵 공격을 할 의사는 없어도 미국에 지속적으로 위협을 가해 한·미 동맹이 미국 안보에 부담이 된다는 인식을 키워가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분석했다. 유사시 한반도에 개입한다는 미국의 정책에 대해 미국 여론에 불안감을 키워 한·미 동맹과 핵우산 제공 의지를 약화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다만 북한이 이번에 공개한 새 엔진을 단 ICBM이 전력화되기까지는 여러 난관이 있다는 게 군 당국의 판단이다. 특히 대기권 재진입체 기술을 북한이 확보했다는 증거는 없다.
ICBM은 발사 이후 대기권을 벗어났다가 타격 지점에 근접해 다시 진입한다. 이때 공기 저항에 따라 발생하는 엄청난 고열과 마모로 인해 탄두부에 손상이 가는 등 이상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이춘근 위원은 “북한이 실제로 미국 본토를 타격할 ICBM을 확보하기까지는 재진입 기술을 포함해 아직 넘어야 할 기술적 단계가 많이 남아있다”며 “이번 실험에 대한 과도한 반응을 경계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의 B-52 전략폭격기가 이번 주내 한국에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미 군 당국은 이번에 오는 B-52를 오산 공군기지에 착륙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B-52가 며칠간 오산기지에 머물 가능성도 제기했다. 특히 미 7공군은 오는 24∼25일 부대 공개행사인 ‘에어 파워 데이’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어서, B-52가 일반에 공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안두원 기자 /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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