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도발로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당대표 간 회담이 예정됐지만 초당적 합의를 이끌어내긴 쉽지 않은 분위기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북한 5차 핵실험의 원인 중 하나로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을 지목하는 등 청와대와 인식 차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추미애 더민주 대표는 11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북한 핵실험으로 사드 배치론이 힘을 얻게 됐다는 관측에 대해 “오히려 사드가 화를 자꾸 초래하게 되는 것”이라며 “방어용 무기는 늘 그걸 능가하는 공격용 무기 개발을 재촉하게 된다. 방어용 무기를 갖다 놓는다고 공격용 무기를 막을 수 없다는 게 증명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드로 핵을 막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 북핵 실험 때마다 사드를 배치할 것이냐”며 “핵이 점점더 고삐풀린 괴물처럼 돼가는 건 햇볕정책을 버리고 ‘강풍정책’으로 간 결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통령을 향해서도 “나라가 궁지로 내몰리는 상황을 만드는 큰 실수를 했다”고 비판했다.
추 대표는 이날 우상호 원내대표 등 일부 최고위원들과 오찬을 갖고 박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사드에 관해 당의 기존 입장을 유지하기로 했다. 추 대표는 지난 6일 국회 연설에서 “사드는 북한의 미사일로부터 국민 안전을 책임지지 못하는 군사적 무용지물“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번 회담이 추 대표가 국회연설에서 제안한 비상민생경제영수회담 개최에 청와대가 화답한 것인 만큼, 민생경제에 대해 대통령에게 의견을 적극적으로 전달하겠다”(윤관석 수석대변인)고 밝혀, 북핵 도발로 영수회담을 제안한 청와대 측과 큰 온도차를 보이기도 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도 북핵 위기 대응에는 협력 의사는 밝히되 사드 배치에 대해선 국회 비준동의안 제출 등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권 일각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핵무장론’에 대해선 강력한 반대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이날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핵무장론’ 주장에 대해 “집권 여당 대표로서 대단히 부적절하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좋지 않다”고 비판했다.
다만 “(회담에서) 어떠한 성과를 내는 것보다도 만남과 소통 자체가 큰 성과”라며 “당내 일부에서는 (청와대가 회담 일정을) 갑자기 통보하는 게 문제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형식과 의제에 대해 토를 달 필요 없다고 본다”며 회담 개최 결정에 환영의사를 밝혔다.
박 위원장은 12일 국회의장 및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와 함께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청와대 측의 회담 제의에 출발 일정을 뒤로 조정했다.
[오수현 기자 / 김강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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