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SNS)를 이용한 정치 활동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은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 내년 19대 대통령선거를 앞둔 탓에 여론 선점에 용이한 ‘모바일發 흥행몰이’가 점차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2017년 대선은 모바일 정치에 달렸다’는 평가도 나올 정도다. 이같은 전략은 야권에서 일찌감치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15년 전 대통령선거의 ‘벤치마킹’ 성격이 짙다.
2002년 16대 대선은 ‘이회창대세론’을 꺾고,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당계의 재집권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원동력은 인터넷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했던 노사모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활동하면서 20~30대를 중심으로 지지층을 넓혀나갔고, 인터넷 커뮤니티와 핸드폰 문자메시지를 통해 투표독려 활동을 펼쳤다. 이는 당시 IT기기에 익숙한 젊은 층이 많은 나이대의 유권자들의 결집을 효과적으로 이끌어 내며 대선 결과에 큰 영향을 줬다. 온라인 여론이 선거결과에 큰 영향을 준 첫 사례인 셈이다.
현재의 상황도 이 때와 유사하다는 평가가 다수다. 수단은 더욱 발전했다. 단순한 온라인을 넘어 모바일을 통한 SNS가 생활 깊숙히 침투해있기 때문이다. 모바일 앱 전문 통계 서비스인 앱랭커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국내 페이스북 이용자는 총 1133만4000여명에 이르렀다. 이용자 비율도 30대 이하가 다수다. 10대 이용자는 23.1%를, 20대는 28.5%를, 30대는 18.3%로 나타났다. 40대(15.5%), 50대 이상(14.3%) 등 중·장년층의 이용 비율은 30% 정도였다. 젊은 층의 지지세가 상대적으로 강한 야권의 대선 주자들이 모바일 정치에 더욱 열을 올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SNS를 통한 흥행몰이는 지난 2012년 18대 대선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이 시기에는 SNS가 트위터를 중심으로 한 ‘짧은 발언 전달’ 수준이었기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반면 최근에는 사진과 장문의 글을 함께 게시할 수 있는 페이스북이 주류로 자리잡으며 대선 주자들은 이를 통한 정치 활동을 점차 늘려가는 추세다. 아울러 SNS 이용자층이 두터워지면서 모바일 정치가 더이상 야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해석도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4일 매경과 통화에서 “모바일 기기의 보급이 늘었을 뿐 아니라 2012년 즈음에 비해 활용 범위도 상당히 넓어졌다. 20~30대가 주 이용세대 이긴하지만 40대 이상도 이용률도 높아져 ‘대중화’됐다고 봐야한다”라며 “내년 대선 정국에서 모바일 정치는 더 중요해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지난 대선 때 모바일 정치의 영향력이 대략 전체의 30%정도였다면, 내년 대선에선 50~60% 정도로 두배 이상 커질 것”이라라며 “연령 면에서도 40대 이상의 이용률이 과거보다 높아졌다. SNS가 더이상 진보세력의 전유물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SNS를 통해 정치담론을 펼치는 것이 오프라인에서 하는 것보다 ‘확대 재생산’ 효과가 크다는 점도 모바일 정치에 힘을 보탠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과거에는 자신의 정치 소신을 밝히거나 의지를 드러내는 창구가 기자회견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다수에게 즉시 노출되는 SNS를 이용하는 추세가 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아직 본격적으로 캠프를 꾸리거나 공약을 내놓는 정국이 아닌 상황에서 잠재적 대권 후보가 자신의 구상을 소개하기에 보다 용이하다는 뜻이다.
또 유권자들과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실시간 소통의 장’을 적극 부각시킬 경우 ‘제왕적 리더십’이 아닌 ‘설득과 반영의 리더십’을 강조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이종훈 평론가는 “진보 진영 대선주자들은 대부분 모바일 정치를 잘 활용하고 있지만,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특히 두각을 나타낸다”며 “보수 진영에선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잘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모바일 정치가 ‘끼리끼리’ 문화라는 덫에 빠질 수 있는 한계도 있다고 지적한다. 신율 교수는 “SNS정치에 호응하는 유권자 수가 많아 폭넓은 여론과 실시간 소통을 할 수 있다고 해도 이것은 온전한 ‘국민여론’이 아니다”며 “정치인들이 이같은 착각과 착시에 빠져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대선 당시 SNS로 인기몰이를 하던 문재인 전 대표가 결국 고배를 마시자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SNS에 “투표율이 올라갈 때만 해도 희망을 가졌는데 실제 결과는 그동안의 여론조사와도 너무 차이가 난다”고 밝힌 바 있다. 실시간 소통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모바일정치가 독이 될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이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빠른 전파력 때문에 사소한 언행이라도 잘못할 경우 정치적 타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김명환 기자 /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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