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주재 초대 영국 대리대사를 역임한 제임스 호어 박사는 최근 탈북한 태영호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에 대해 “(북한 체제에 대해) 이따금 독립적 성향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18일(현시지간) 호어 박사는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 인터뷰하며 “태 공사를 1990년대 처음 만났고 2001~2002년 평양 주재시절 정례적으로 접촉했다”고 말했다. 이어 호어 박사는 “태 공사가 북한의 정치와 지도자에 대해 어떤 의문도 제기하지 않았다”면서도 그가 때때로 독립적 성향을 내비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호어 박사의 발언을 고려하면 태 공사는 다른 나라 외교관들을 만나 종종 특정 사안에 대해 평양의 방침과는 거리를 둔 개인적 소신을 밝히기도 했던 것으로 보인다. 호어 박사는 인터뷰에서 태 공사를 ‘매우 영리하고 빈틈이 없으며 중국어와 영어에 능했던 외교관’으로 기억했다.
태 공사의 한국행을 계기로 해외근무 북한 엘리트에 대한 정권의 탄압이 심해져 이에 따른 추가탈북이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18일(현지시간) 간담회에서 “김정은 정권은 탈북을 계기로 북한인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더 강한 단속에 나설 것이고, 이는 외국의 북한 공관이나 북한 노동자 파견지에 대한 감시·감독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차 석좌는 또 “단속이 강화될수록 탈북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북한 정권이 점점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는 19일 북한 외교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태 공사의 가족동반 탈북사태 이후 외교관들의 가족을 모두 본국에 남겨놓는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한 북한 외교 소식통은 RFA에 “북한 외교관들이 탈출을 결심할 수 있는 이유는 동반하는 가족들 때문”이라며 “북한이 2009년부터 시행해온 해외파견 외교관 가족동반제도가 없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유럽 지역에서 북한의 해외 자금을 관리하던 핵심 주재원도 지난 해 우리 돈으로 수십억 원을 들고 잠적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해당 인물은 약 20년 간 유럽의 한 국가에 주재하며 유럽 지역에 분산됐던 노동당의 자금을 관리하다가 잠적해 유럽 내에서 체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서는 그가 잠적하며 빼돌린 이 자금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비롯한 평양 핵심 권력층의 비자금이나 사치품 구입자금일 개연성이 크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서울 =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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