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관 내 국회의장 집무실 앞을 지나면 항상 마주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의장실 앞에 홀로 서있는 '의전용 초병'이다. 이들은 의장실 앞 복도를 단 한 사람이 지나가지 않을 때와 복도가 의원과 기자들로 꽉 찼을 때를 가리지 않고 항상 자리를 지켜야 한다.
집무실 앞에 초병을 세워놓는 제도는 국회 안팎에서 '군사문화의 잔재', '권위주의의 상징'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실효성 또한 논쟁의 여지가 있다. 의장 집무실 앞 초병은 전문 경호요원이 아니다. 국회 경비대원(의무경찰) 4명이 교대로 의장실 앞을 지킨다. 국회의장 경호를 담당하는 전문 인력은 따로 있다. ‘보여주기용’ 관례에 가깝다는 뜻이다. 5부 요인 중 유일하게 국회의장 집무실 앞에만 초병이 서 있는 것도 문제다.
이같은 국회의장 특권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예정이다. 국회 개혁에 앞장서고 있는 정세균 국회의장은 조만간 집무실 앞 '의전용 초병 세우기' 중단을 선언할 예정이다. 김교흥 국회의장 비서실장은 최근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정 의장은 집무실 앞 초병을 더 이상 두지 않는 것에 대한 뜻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의장실 관계자도 "이미 결정된 사안"이라며 "다른 개혁 방향도 살펴보고 있으니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정 의장은 발표 시점을 저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 비서실장은 "해외 사례 등을 더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당초 정 의장이 집무실 앞 의전용 초병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자 국회 관계자들은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발표 시점이 늦어지자 일각에서는 "본인 특권은 내려놓기가 조심스러운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강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