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가 계파 좌장격인 서청원 의원의 당대표 출마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나선 가운데 친박계 이정현 의원이 7일 당대표 경선 출마를 공식 발표하며 ‘마이웨이’를 선언했다.
비박계 김용태의원과 친박계 이주영에 이어 3번째 당권 주자로 나선 이 의원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 정치를 바꾸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전남 곡성 출신인 이의원은 여당 내 유일한 전남 지역구 의원으로 18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뒤 19대 재보궐, 20대 총선에서 야당 텃밭인 호남에서 내리 당선됐다.
이 의원은 “국가를 지키고, 국민을 지키고, 대한민국의 가치를 지키겠다”며 “서번트 리더십(섬기는 리더십)으로 국민과 민생을 찾아가는 당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기존 정치권의 문제로 지적돼온 ‘특권 내려놓기’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지금까지 국회 개혁은 ‘셀프개혁’으로 이뤄져 왔고, 이런식이면 100년도 더 걸린다”며 “국민감시단을 꾸려 문제점을 진단하고 그에 맞는 처방전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의원은 “지금까지의 전당대회가 돈빚, 공약빚, 사람빚을 지며 분열의 원인이 돼왔다”며 “이번 경선에선 별도의 캠프를 꾸리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의원은 출마회견 후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정당 구조개혁도 강하게 주장했다.
그는 “정당의 조직과 구조, 인식이 모두 20~30년 전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한국정치의 또다른 숙제”라면서 “전문가집단을 정책 결정에 참여시켜 정당 자체를 거대한 싱크탱크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 대표가 되면 모바일 플랫폼을 구축해 전문가뿐 아니라 국민들도 민생 정책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실시간으로 정당에 전달하는 상향식 구조를 반드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최근 매일경제신문이 창간 50주년을 기념해 발간한 ‘대한민국 미래경제보고서’ 가운데 ‘정치의 미래’ 편을 밑줄을 그어가며 3번이나 읽었다고 전했다. 이 책의 주제가 바로 ‘디지털 민주주의 시대’다.
일각에서 제기된 KBS 보도개입 의혹에 대해선 “이미 홍보수석으로서 오보에 대응한 것이라 충분히 설명했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친박계 일각의 서청원 의원 추대 움직임에 대해선 말을 아끼면서도 “국회의장직 불출마 결심을 하셨던 분”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당권 도전 선언직후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은 뒤 경기도 연천을 시작으로 민생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기 위한 ‘베낭 토크’를 떠났다.
한편 당권 레이스의 최대 변수로 부상한 서청원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 나오지 않은 채 ‘장고(長考)’에 들어갔다. 주변 의원들에 따르면 서 의원의 심중은 출마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8일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의원 오찬에 참석한 뒤 주말 동안 지인들의 의견을 수렴해 내주 초에 최종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서 의원의 출마 가능성이 커지자 기존 당권주자들이 오히려 출마를 ‘권유(?)’하는 상황도 연출됐다.
김용태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서 의원은 당 대표 경선에 나서 국민과 당원에게 심판받기를 바란다”며 “역사의 시계바늘을 되돌리려는 세력, 도도한 민심을 거스르는 세력과 떳떳하게 맞서 이기겠다”고 말했다. 서 의원이 경선에 나와 패배할 경우 친박계 주류가 일시에 ‘궤멸’되는 효과가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김 의원은 “이번 경선 구도는 과거로의 회귀냐, 새로운 미래의 시작이냐, 현실과의 어정쩡한 봉합이냐 셋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옛 정치’대 ‘새 정치’ 구도로 만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자신감이다.
이주영 의원도 “선의의 경쟁틀 통해 당원과 국민의 뜻을 물으면 된다”고 했고, 정병국 의원 역시 “(서 의원 출마여부가)중요하지 않다”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회의를 통해 8·9 전당대회에 ‘단일성 집단지도체제’ 도입을 최종 확정했다. 모바일 투표는 이번 전당대회서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또 지명직 최고위원을 한명 줄이는 대신 선출직 청년 최고위원을 뽑기로 결정했다. 친박계가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 컷오프 제도와 기탁금 차등 납부 문제는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좀 더 논의할 예정이다.
[신헌철 기자 /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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