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가 시작부터 위법행위로 출발하는 불명예를 스스로 덮어썼다.
현행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는 7일 본회의를 열고 국회의장단을 선출하는 것으로 첫 임시회를 시작해야 했다. 그러나 여야가 이날 국회의장과 상임위원장 배분 협상에 실패하면서 국회법이 규정한 원구성 법적 시한을 또 어기게 됐다.
전날까지 한치의 양보도 없었던 여야는 이날 아예 협상 테이블을 걷어치우고 장외에서 설전만 벌였다. 제3당인 국민의당은 원구성 시한을 지키기 위해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국회의장 후보를 내고 자유투표로 본회의에서 선출하자”고 전격 제안했다. 단수 후보에 대해 형식적인 찬반 투표를 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경선’을 하자는 얘기다.
이에 더민주는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국민의당 제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새누리당을 빼고 야권 단독으로 본회의를 열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두 야당으로선 자유투표 제안을 새누리당이 거부하면 원구성 실패의 책임을 여당에 돌리고, 수용할 경우 야권 공조를 통해 더민주 후보를 선출하는 ‘양수겸장’의 카드였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국회의장은 여야 합의하에 선출하는 것이 관례”라며 거부했다. 국회 파행에 대한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국회의장을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국회는 1994년 국회법 개정을 통해 국회의장단은 국회 임기 시작 후 7일 이내, 상임위원장은 최초 집회 이후 3일 이내에 본회의에서 선출하도록 규정했으나 22년간 단 한번도 지키지 않았다. 여소야대로 짜여진 20대 국회는 총선 민의를 받들어 모처럼 ‘협치’에 나설 것이란 기대를 모았으나 출발선부터 직무유기와 위법으로 얼룩진 것은 과거 국회와 전혀 다를 바 없게 됐다.
이에 따라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 민생 문제에 대한 국회 차원의 대응은 물론 정부 지출에 대한 결산 업무 등이 일제히 순연되거나 부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의원들의 상임위 배정도 늦어지면서 9월 국정감사 준비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신헌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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