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5.18 광주 민주화 운동 기념일을 계기로 박근혜 정권에 대한 대립각을 확연히 세우고 있다.
광주정신을 되살리기 위해 불의에 항거해야 한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야권의 유력 대선후보인 박 시장이 대권 행보의 포석을 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분석이 나온다.
18일 오전 서울광장에서 열린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제36주년 서울기념식’에서 박 시장은 “‘임을 위한 행진곡’조차 부를 수 없는 현실에 저항하고 분노해야 한다”며 “국민과 광주정신을 따르겠다”고 강조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허가하지 않은 현 정부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그는 “지금 광주 정신이 흔들린다. 민주주의·남북관계는 후퇴하고 대동사회는 요원하다”고 규정하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특히 “36년 전 불의에 항거해 대동사회를 만들고자 했던 광주 영웅들이 ‘거기는 폭압적 정권도 없고, 돈·빽이 아닌 능력·기회가 균등한 대동세상이 됐느냐’고 묻는다”고 자문한 뒤 “지금은 아니지만 우리가 달라지게 만들면 된다”며 현 정부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전환의 시점에 광주 정신은 역사의 나침반이 됐다”며 “다시 ‘불의에 저항해 대동사회를 만들자’는 광주정신을 위해 싸워 나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또 “새로운 세상을 외쳤던 오월의 영웅들처럼 우리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달라지게 만들겠다’고 말해야 한다”면서 “총칼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목숨바쳐지켜낸 ‘민주, 인권, 평화, 대동’ 정신을 지켜가기 위해서 더 헌신하고 희생하겠다”고 다짐했다.
그간 서울 시정에 집중하던 박 시장이 정치적 입장 표명까지 아끼지 않는 과감한 행보를 보이면서 대선 준비를 본격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박 시장의 기념사에는 “광주를 다녀왔다. 올해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할 것 같았다”는 문구도 포함돼 최근 광주에서의 광폭 행보가 일상적인 것이 아니었다는 의미를 시사했다. 박 시장은 지난 13일 광주 전남대 특강에서도 “역사의 후퇴가 멈추고 있지 않다”며 “뒤로 숨지 않고 역사의 대열에 앞장서서 부끄럽지 않게 행동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협치의 정신에 대한 이해가 잘 안 된 것 같다”며 “이번 총선 결과가 분열과 갈등,일방과 독주, 독선에 대한 엄중한 심판이었는데 국민의 요구에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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