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은 수권(授權) 대안세력으로 거듭나기 위해 ‘벤처·중소기업 체제’에서 벗어나 ‘대기업 체제’를 정착시켜야 한다.”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향후 당 운영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패권주의가 발 붙이지 못하도록 당의 시스템과 문화를 민주적이고 개혁적으로 정립해야 한다”며 당직 개편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국민의당은 이르면 9일 당직 개편을 완료할 예정이다.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박선숙 사무총장과 이태규 전략홍보본부장이 당직에서 물러나고, 20대 국회 원외 인사인 김영환·문병호 의원 등이 요직을 맡을 것으로 전해졌다. 원내지도부 인선도 9일께 마무리한다.
천 대표는 ‘안철수 직계’가 요직을 독점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창당과 선거 과정에서 국민의당은 안 대표 리더십에 의존했다”며 “그 점이 좋은 성과를 얻게 된 주요 요인이기도 하니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관심이 안철수 대표에게 쏠리는 것에 대해 불만은 없나’라고 묻자 “정치인은 누구든지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아무런 불만이 없다”고 웃어 넘겼다. 천 대표는 ‘박지원-김성식’ 원내 투톱 체제에 대해 “드림팀”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국민의당 지지율은 지난 4·13 총선 이후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천 대표는 “국민의당은 지금부터”라며 “민생 개선에 성과를 내고 총선에서 받은 기대를 채울 만한 콘텐츠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의당이 총선 승리에 취했다는 비판이 있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혹시라도 있을 오만한 자세를 틀림없이 경계해야 한다”고 몸을 낮췄다.
당내 일각에서 ‘단독 집권’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에 대해선 “성급하다”고 못 박았다. 천 대표는 “안 대표도 총선 전 ‘내가 대통령이 되려고 이러는 것이 아니다. 양당 구조 혁파가 목표이지 대선에는 관심없다’고 말한 바 있다”고 소개했다.
천 대표는 “민생과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의당은 이념 정치를 극복하고 실용적인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면서도 “‘야당성’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야당다운 야당’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최근 ‘한국판 양적완화’ 등 각종 현안을 놓고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쓴소리를 쏟아내고 있는 이유다.
천 대표는 “박 대통령과 정부는 구조조정 등을 논하기 전에 우리 경제가 이지경에 이르기까지 정책에 실패한 점을 인정하고 국민께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차라리 정부가 떳떳하게 예산(추가경정예산)으로 자금을 마련하는 게 본령이라고 본다”며 “정치권이 논의해 올바른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했다. 천 대표는 또 “책임있는 기업주와 관료들은 문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대 국회 운영과 관련해선 “월·수·금 상임위원회 개최 등 ‘캘린더 국회’ 운영 정신이 전적으로 옳다”며 “상시 일하는 국회로 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차기 국회의장단 선출과 관련해 천 대표는 “특정 정당이 국회의장 후보를 낸다고 해서 의원들은 본회의장 거수기 노릇만 해야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의장 후보의 면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천 대표는 당권과 대권 도전에 대해 “아직 나의 역할을 정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호남의 희생을 토대로 이룬 정권교체는 정당하지 않다”며 “현재 유력 대권주자들은 특정 지역에 편중돼 있다. 호남의 씨가 말라가고 있는데 이것 또한 정당하지 않다”고 여운을 남겼다.
[우제윤 기자 / 김강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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