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이 더해지자 특유의 목소리 톤에 무게감이 더 실렸다. 새누리당 최초의 호남 지역구 재선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이정현 의원(전남 순천)이 가장 먼저 당권 도전을 선언했다.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이 의원은 계파정치의 울타리를 넘어 ‘더 큰 정치’를 웅변했다.
그는 “집권 여당의 지나친 교만이 이번 총선 결과를 가져왔다”며 “실패와 무능을 인정하고, 야당과 진정성 있게 협조하는 모습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운을 뗐다.
‘파부침주’의 정신으로 강도높은 당 쇄신을 하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고도 했다. 이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40% 남아 있는 상황에서 여당이 앞으로도 국정 운영의 한 축을 담당하려면 일단 분파를 조장하는 풍토부터 다스려야 한다”며 “겉으로만 반성할 게 아니라 민심을 좆아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야 집권 여당 본연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특히 여권이 계파를 떠나 전체 의견을 수평적으로 수렴해 쇄신책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총선 참패 상황에서 강성 입장을 견지하는 것이 정치적 목소리를 키우는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며 “발언을 안 하는 당선자들도 의견이 없는 것은 아니다. 모두가 치열하게 의견을 토론해 당이 나갈 방향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누구는 안 되고, 누구는 된다는 것 자체가 분파의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라며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에 매몰돼 일정을 서두르면 안된다”고 목청을 높였디. 우선 통렬한 반성과 인정이 있어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얘기다.
이 의원은 당선 직후 일찌감치 당 대표에 도전할 의사를 천명했다. 여당의 절대 약세 지역인 호남에서 선거를 치르며 새누리당의 쇄신 방향을 깨달았다는 얘기다. 이 의원은 “호남에서 23년동안 5번 선거에 나서며 새누리당 구성원들이 파악하지 못한 부분을 많이 보고 들었다”라며 “새누리당이 전국에서 사랑받는 정당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데에 (내가)적임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박근혜정부 초대 홍보수석을 역임했던 이 의원은 당청 관계의 변화도 적극 주문했다. 그는 “집권 여당이 청와대나 정부 정책에 호응하는 모습은 기본 중에 기본”이라면서도 “다만 일방적으로 구도를 설정해놓고 수직적이라거나 수평적이라고 평가하는 건 ‘언어 유희’”라고 말했다. 이어 “사안에 따라 (청와대에)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제시할 것은 제시하고, 요구해야 할 것은 요구하는 관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20대 국회의 ‘여소야대’ 구도 타개책으로는 진정성을 강조했다. 새로 선출될 20대 전반기 국회 의장단과 상임위원장단 구성에서도 일부 양보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의원은 “당리당략을 떠나 손해보는 한이 있더라도 국회 구성에 민의를 정확히 수용해야 한다”라며 “국회의장이 야당이라고 해서 국정이 마비될 리도 없다. 오히려 국정운영의 공동 책임이 더 커질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와 정부도 야당과 협의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당이 다수당일 때도 야당의 협조를 받아내기 어려웠는데, 이제는 야당이 다수가 됐다”라며 “그 동안의 두 배 아니 네 배 이상으로 노력해 설득하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는 타협이다. 야당과 더 많이 접촉하고 협의해서 국정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라며 “그렇게 되면 20대 총선은 새누리당 발전의 계기라고 다시 쓰여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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