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중국에 지하자원을 수출하며 최근 5년간 입은 기회 손실이 1년 공식예산의 70%가 넘는 51억 달러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왔다.
핵·미사일 도발로 제재를 자초한 북한이 중국에 귀중한 지하자원을 지나치게 헐값에 팔면서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북한 경제의 난맥상은 20일 ‘북한자원연구소’가 연구·발표한 ‘북한 지하자원 수출가격 구조 분석’ 자료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매일경제가 입수한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011~2015년 중국에 6대 주요광물(△무연탄 △철광석 △아연광 △동광 △마그네사이트 △아연괴)을 수출해 모두 75억 28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그러나 만일 북한이 제재를 받지않고 광산을 개발해 통상적인 국제시세에 맞춰 자원을 거래했다면 같은 기간 동안 126억 3000만 달러를 얻을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북한은 1년 공식예산(정부 추산 약 70억 달러)의 70%가 넘는 51억 200만 달러를 날린 것이다.
중국은 지난 5년간 북한으로부터 적절한 국제시세(한국 측 수입가 기준)보다 42%나 싼 가격에 무연탄을 수입해 무려 41억 달러가 넘는 이득을 봤다. 북한으로서는 대중국 수출품목 가운데 절반 가까운 비율을 차지하는 무연탄에서만 이처럼 엄청난 손해를 입은 것이다.
연구 책임자인 최경수 북한자원연구소장(통일준비위원)은 “북한은 국제 석탄가격이 높았던 2011년에도 국제가격(t당 210달러)의 49% 수준인 t당 102달러에 중국에 수출해 반값도 못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연구소 측은 무연탄 이외에도 철광석(76%), 아연광(50%), 동광(23%), 마그네사이트(38%), 아연괴(95%) 등 주요 수출광물들이 국제시세보다 많게는 70% 이상 싸게 중국에 수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복수의 대북 소식통은 지난 달 유엔에서 대북결의 2270호가 채택된 이후에도 여전히 북한의 대중 무연탄·철광석 수출이 위축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유엔결의에서도 ‘민수용’ 광물수출은 제재대상에서 제외된데다가 경계도 모호하다.
북한도 과거부터 지하자원 헐값 수출의 심각성을 스스로 인식하고 있지만 특별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북한은 지난 2013년 12월 장성택 전 노동당 행정부장 처형 당시 “(장 전 부장이) 석탄을 비롯한 귀중한 지하자원을 망탕(되는대로 마구) 팔아먹었다”며 죄목을 적시했다. 그러나 장 전 부장 처형 이후 잠시 주춤했던 북한의 대중 무연탄 수출은 국제 원자재값이 급락을 거듭하던 작년에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제제재와 시장악화라는 ‘이중고’이 시달리는 북한의 고단한 현실을 보여줬다.
보고서는 북한이 중국에 헐값에 광물을 수출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중국 측 무역업자의 투자(장비·운반차량 등) 수익 극대화 △광물 품질 미달에 따른 가격손실 △수입업자의 횡포 및 가격협상력 부재 등을 제시했다. 경제난으로 자원개발·가공을 위한 기반시설이 부족한데다 제재와 고립으로 수출선도 변변찮아 중국 측 수입업자의 요구에 속절없이 귀중한 자원들을 넘기고 있는 셈이다.
향후 북한 경제회생과 통일 준비과정에서 재원으로 활용해야 할 북한 지하자원이 마구잡이로 팔려나가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남북 간 경제협력 단절과 국제제재가 계속된다면 북한은 지금처럼 저가 광물수출의 굴레를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이다.
최 소장은 “북한이 외화를 확보하기 위해 저가 수출을 계속한다면 지하자원의 한계성으로 인해 통일 한국의 경제발전에 커다란 장애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일단은 북한의 태도변화를 위해 실효성있는 대북제재가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향후 정부가 광산개발 현대화 장비·시설을 지원해 남북이 공동으로 자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경제성에 입각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남북은 2005년 서로가 가진 자원, 자본, 기술들을 결합해 지하자원개발 협력사업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후 양측은 2007년 북측 함경남도 단천지역의 검덕광산(아연), 대흥·룡양 광산(마그네사이트)에 대한 현지 공동조사를 실시했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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