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마지막 임시국회가 21일부터 열리는 가운데 총선결과에 희비가 엇갈린 여야 3당의 임시국회를 바라보는 시각도 엇갈리고 있다. 새누리당은 정부가 추진중인 경제활성화 법안 중 노동개혁 4법에 집중하는 모습인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총선 직전까지 정부와 여당의 공세에 밀려 제 목소리 내지 못했던 쟁점법안 전체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주장하는 등 강경한 입장이다.
‘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의당은 당내 교통정리가 아직 덜된 상황에서 주요 사안별로 최고위원들이 각개격파에 나섰다.
20일 오전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과 만나 노동개혁 4법 처리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러나 원 원내대표는 “총선 후에는 선거를 의식하지 않고 민생 안정 차원에서 여야가 머리를 맞대 힘을 모을 기회”라면서 “야당에게도 이런 취지를 잘 설명해 19대 국회가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이 장관에게 당부했다. 총선 참패로 힘을 잃은 여당이 제 몫을 하기 어려운만큼 정부가 직접 나서 야당을 설득하라고 등을 떠민 셈이다.
새누리당은 총선 이후 지도부 공백 상태가 지속되면서 임시국회가 열려도 사실상 개점 휴업일 가능성이 높다. 차기 당권을 놓고 물밑에서 권력싸움이 치열한 상황에서 힘이 빠진 기존 원내 지도부가 제대로 여야 협상에 나서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그나마 청년과 중·장년층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개혁 4법만큼은 가급적 19대 국회서 처리한다는 방침이어서 야권과의 협상에서 ‘선택과 집중’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사이버테러방지법 등 다른 쟁점법안은 야권 눈치를 보기 급급해 기존 안에서 상당히 후퇴할 수도 있다.
이런 분위기를 인지한 듯 이 장관도 기자들과 만나 “법안 하나하나에 대한 깊이있는 논의가 부족했고 앞으로 야당 지도부에 입법 취지와 내용, 선진국 사례 등을 소상히 설명드리겠다”고 밝혔다.
더민주는 20대 총선에서 제1당으로 올라선 기세를 몰아 정부와 여당이 추진한 경제활성화법을 원점서 재검토하겠다며 ‘전면전’에 나설 태세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더민주 당선자대회에서 이종걸 원내대표는 “국민들은 여당과 정부를 부인했고 잘못된 경제활성화 방식을 거부했다”면서 “청와대와 정부는 여당을 통해 국회를 지배하고 능멸했다. 국민이 만들어준 다수의 힘으로 야권이 경제 살리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이어 “국민들에게 거부당한 경제활성화법을 모조리 원점 검토하고 수권대안 정당의 모습을 보여주는 초석을 만들겠다”면서
20대 국회는 경제국회를 만들어 경제를 살리는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집권의 길”이라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제3당으로 우뚝 선 국민의당에게 ‘야권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러브콜을 보냈다.
그는 “지금까지는 과반 여당을 놓고 소수 야당들이 서로 이합집산하는 모습이었다”면서 “야권연대를 통한 국회를 중심으로 경제와 나라를 살리면 다음 집권의 힘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앞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중인 93건을 살펴 신속히 처리돼야할 법안들은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4·13 총선의 최대 수혜자인 국민의당은 최고위원들이 주요 이슈를 직접 하나씩 맡아 이번 임시국회에서 관련 법안에 처리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날 서울 마포당사에서 열린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내일부터 열리는 19대 국회 마지막 임시국회에서는 청년실업 문제를 최우선으로, 할 수 있는 합의를 최대한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가 국민의당 총선 공약 중 청년고용촉진법, 청년창업 지원 등을 특정하며 청년일자리 문제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이어 “정치가, 국회가 청년들의 절망에 답을 내지 못한다면 미래는 없다”면서 “절박한 심정으로 대통령과 정부 여당의 결심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천정배 공동대표는 “근로자 10명 중 1명이 최저임금도 못 받고 있다”며 올해 6030원 수준인 법정 최저임금을 근로자 평균임금의 50% 수준까지 올리고 최저임금법 위반 근절위한 근로기준법 강화, 공적임금 도입 등을 제안했다. 주승용 원내대표는 정부가 지난 15일 입법예고한 테러방지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제정안 철회를 요구했다.
국민의당은 19대 국회가 불과 한달여 밖에 남지 않은 만큼 새로운 입법에 나서기 보다 계류중인 법안 중 시급한 민생문제와 관련된 법안을 엄선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일각에선 최고위원들이 제각각 처리해야할 법안들을 얘기해 당력이 분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만큼 당내 교통정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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