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정권의 ‘잃어버린 8년’을 끝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본처럼 ‘잃어버린 20년’이 될 수 있다.”
20대 총선 공식선거운동 개시일인 지난 달 31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대표는 ‘경제심판론’과 함께 본격적인 ‘표심 잡기’에 나섰다. 이날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진행된 중앙선거대책위 출정식에서 김 대표는 “이번 선거는 단순히 어떤 당 후보를 선택할 것인가의 차원을 넘어 ‘어떤 경제’를 선택할 것인가 하는 ‘경제선거’”라며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은 야당 탓만 하고 있고, 새누리당은 집안싸움만 하면서도 더 많은 의석을 달라고 하고 있다. 이제 끝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 ‘경제사령탑’을 맡은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과의 ‘설전’도 이어갔다. 강 위원장은 지난 달 30일 김 대표를 겨냥해 “민주화라는 용어가 좋다고 경제에 갖다붙이는 것은 잘못이다. 더민주가 포퓰리즘 공약을 한다고 해서 새누리당이 따라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 내가 온 것”이라는 말로 김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본지 3월 31일자 A4면 보도
이에 김 대표는 지난 달 31일 경기도 안산 지역 유세 도중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 사람(강 위원장)은 헌법도 안 읽어본 사람인 것 같다”며 “헌법에 가치로 돼있는데 헌법의 가치를 가지고 포퓰리즘이라고 하면 뭐라고 대답할 수 있겠냐”고 맞섰다.
지난 달 31일 새벽 0시 서울 신평화시장 거리유세를 시작으로 김 대표는 서울 종로 지원 유세, 남대문시장, 중·성동갑, 동대문을, 동대문갑, 경기도 안산, 서대문갑·을 등의 지역구를 돌며 표심잡기에 나섰다. 첫 지원 유세 지역구로 종로를 선택한 것에 대해 김 대표는 “나도 종로구민이다. 내가 사는 곳부터 제일 먼저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선거 전망에 대해서는 “잘 될 것이라고 본다. 서울 유권자들은 표를 던질 때 다른 지역구 유권자들과는 다른 감각을 가진 분들”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날 김 대표가 이같은 동선을 택한 배경으로는 격전지에 구원투수로 나서 득표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종로에 더민주 후보로 출마한 정세균 전 산업자원부 장관을 비롯해 대부분의 더민주 서울지역 후보들은 야권 분열 탓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야권 분열을 의식한 김 대표는 이날 중·성동갑 홍익표 의원 출정식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를 겨냥해 “현 야당은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야당이 분열하면 결국 여당에 좋은 일만 시켜줄 수밖에 없다. 이건 우리 모두가 바라는 야당의 구도가 아니다”고 말했다.
안 공동대표를 비판했지만 ‘후보 연대’를 감안해 동선을 짰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날 김 대표가 유세에 나선 서울 지역구는 국민의당과의 야권 연대 논의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지역구다. 홍익표 의원 지역구(중·성동갑)를 찾았음에도 인근에 위치한 중·성동을을 찾지 않은 것도 이 지역에서 진행되는 이지수 더민주 후보와 정호준 국민의당 의원 간 단일화 논의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후보 단일화를 놓고 국민의당을 자극하지 않는 동시에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한 동선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김 대표는 서울에서 다소 떨어진 안산을 찾아 더민주 후보들을 지원했다.
안산은 이 지역 단원을에 출마한 부좌현 국민의당 의원을 중심으로 야권 내 후보 단일화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곳이다. 더민주 당대표실 관계자는 “안산에서 단일화 논의가 진행되고 있어 힘을 주려고 찾았다”고 말했다.
[정석환 기자 / 서울·안산 = 노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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