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을 한달여 앞둔 상황에서 10일 대구를 찾은 박근혜 대통령의 행보가 선거 판세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대구는 현역 물갈이론의 진원지로 현역 의원과 진박(진실한 친박) 후보들간 경선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지역이다. 특히 20대 총선 출마를 준비중인 후보들은 박 대통령의 방문으로 지역 여론이 요동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대구·경북 창조경제혁신센터, 엑스코, 대구육상진흥센터를 순서대로 방문했다. 공교롭게도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있는 대구 동구와 엑스코가 위치한 대구 북구는 ‘현역 대 진박 후보’간 맞대결이 펼쳐지고 있는 곳이다. 대구 동구갑에선 류성걸 의원에 진박 정종섭 전 장관이, 대구 북구갑에선 권은희 의원에 진박 하춘수 전 대구은행장이 도전장을 던졌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과 갈등을 빚었던 유승민 의원의 지역구인 동구 을에도 진박을 자처한 이재만 전 동구청장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또 스포츠 문화·산업비전 보고대회 참석차 방문한 대구육상진흥센터는 대구 수성구 소재로 이곳 수성갑에선 새누리당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에 고전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방문한 세 지역 모두 이번 총선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격전지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방문은 경제 행보의 일환”이라고 정치적 해석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지역 정가에선 대구 지역에서 박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영향력을 감안했을 때 어느정도 계산된 행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의 대구 방문이 얼마나 큰 파급 효과를 낳을 것인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일단 박 대통령과 TK(대구·경북)지역간의 특수관계를 고려했을 때 진박 후보들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이란게 전반적인 평가다. 대구 정세에 밝은 한 보좌관은 “대구는 박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지층이 가장 두텁게 형성된 곳”이라며 “박 대통령이 대구에 등장한 것만으로도 지역 여론에 상당한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다”고 예상했다. 대구시 새누리당 관계자 역시 “박 대통령이 방문한 지역이 공교롭게도 진박 후보가 현역의원과 대결하고 있는 곳이다”며 “아무래도 물갈이를 주도하는 진박 후보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진박 후보들의 힘이 빠진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방문이 찻잔속 태풍에 그칠 것이란 의견도 제시했다. 한 지역 여론조사기관 대표는 “이미 진박 후보들이 여러차례에 거쳐 지역민의 선택을 받지 못한게 밝혀진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방문이 극적인 반전을 가져오긴 어려울 것”이라며 “되레 특정지역 챙기기로 인식돼 수도권 등 타지역 새누리당 지지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보좌관은 “박대통령의 방문은 양날의 검”이라며 “진박 후보 지지율이 반등하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박대통령의 입지가 더 좁아지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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