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미국은 스텔스 전략폭격기를 아·태 지역에 배치키로 하는 등 군사긴장이 한층 더 고조되고 있다.
북한은 10일 오전 5시20분께 황해북도에서 동북쪽으로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해 동해상에 낙하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이들 탄도미사일은 황해북도 황주군 일대에서 발사돼 약 500㎞를 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은 원산 앞바다에 항행금지구역을 선포하지도 않고 기습적으로 미사일을 쏜 것으로 알려졌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북한이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스커드 계열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북한이 지난 3일 300㎜ 방사포에 이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와 우리 정부의 독자적 대북 제재, 한미 연합훈련인 키리졸 브·독수리 연습 등 전방위적인 대북 압박에 대응한 무력시위로 해석된다.
정부는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해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 위원장 앞으로 서한 발송 등 여러 필요한 외교적 조치를 취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어떤 형태의 발사도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면서 “정부는 주유엔대표부를 중심으로 우방국과 외교적 대응 조치를 협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대북제재위에 서한을 보내는 것은 북한의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응한 새로운 제재결의 추진보다는 낮은 수위다.
이날 미군은 최신 전략폭격기 ‘B-2’ 3대를 미 본토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이동 배치했다. 미군 전략사령부는 9일(현지시간) “미주리 주에 있던 B-2 폭격기 3대를 태평양사령부 작전 관할구역으로 배치했다”고 발표했다. 세실 헤이니 미 전략사령관은 “전략적 공격을 억제할 준비가 돼 있음을 보이는 일이면서, 전 세계적으로 안보와 안정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의지를 보이는 여러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AP통신은 B-2 폭격기들이 호주군과의 합동훈련에 참가할 것이라며, 이번 배치가 북한에서 ‘핵 선제공격’ 위협을 하는 등 북한에 의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발표됐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따라 항공분야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육로와 해운에 이어 항공 분야에서도 북한에 대한 압박을 본격화한 것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안보리 제재대상에 오른 북한인 16명의 명단을 공항에 통보해 입국금지 조치에 착수하고 조만간 고려항공 등 북한과 중국을 오가는 항공편에 실린 화물에 대한 전수조사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홍콩 정부는 9일 정오께 홍콩항에 입항하려던 북한 화물선 ‘골드 스타 3’의 정박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골드 스타 3는 연료와 선원용 물자를 조달하기 위해 홍콩에 입항하려고 했지만, 홍콩 정부가 안보리 제재를 사유로 정박을 허가하지 않았다. 골드스타 3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 목록에 오른 북한 해운사 ‘원양해운관리회사’(OMM) 소속 선박 31척 가운데 하나이며, 선적은 캄보디아로 돼 있다.
북한의 300㎜ 방사포를 운반하는 트럭을 중국 회사가 만들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공개한 북한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10일 북한의 군사 퍼레이드에 등장한 300㎜ 방사포 운반 트럭은 중국 회사가 만든 제품과 거의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은 2014년에만 모두 6차례에 걸쳐 총 22발의 300㎜ 방사포를 발사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서울 =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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