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실세인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의 막말 파문 와중에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이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과 비밀회동을 가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실로 확인될 경우 청와대가 공천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커질 수 밖에 없어 파문이 예상된다.
10일 한 종편방송은 이 위원장과 현 수석이 9일 오전 10시부터 10시 30분 사이에 서울 시내 한 호텔의 비즈니스센터에서 극비리에 만났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나는 누구를 만났다고 이야기 못한다. 확인을 해줄 수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어 “이 일을 제대로 하려면 나는 누구라도 만날수 있고 그렇게 해야 한다. 내가 누구를 만난 것이 왜 문제가 되느냐”고 날카롭게 반응했다. 현 수석도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보도 내용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청와대와 친박계가 이한구 위원장과 함께 이른바 비박계에 대한 ‘살생부’를 만들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힘을 얻을 수 밖에 없어 비박계를 중심으로 큰 반발이 예상된다.
당초 김무성 대표는 국민상향식 공천제를 모토로 내걸었으나 친박계는 “선거에 이기기 위해선 국민공천제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친박계로 통하는 이한구 위원장은 선임되자마자 단수추천 지역과 우선추천 지역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고 김 대표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날 선 신경전을 벌여왔다. 이런 가운데 친박계가 일부 다선 고령 친박 의원들을 공천에서 배제하는 희생양으로 삼는 대신 비박계를 포함한 상당수 현역 의원들을 물갈이할 것이란 소문이 돌았고 지난달 말에는 김 대표가 청와대와 친박계 핵심으로부터 ‘살생부’를 건네받았다는 소문까지 돌면서 한 차례 홍역을 겪었다. 김 대표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결국 사과를 해야 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4일 실제로 단수추천을 통해 친박 중진인 김태환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했고 살생부 논란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이 위원장과 현 수석의 극비회동 의혹까지 나오면서 당 내부는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한 비박계 의원은 “친박계를 빼면 누가 두 사람의 회동 소식을 듣고 맘 편히 있겠냐”며 “앞으로 공관위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믿을 수 있겠느냐”고 우려했다.
특히 현 수석은 지난 2012년 19대 총선때 새누리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을 맡아 공천 실무를 담당한 바 있다. 당시 친박계 초선 의원이자 부산 출신으로서 부산경남(PK) 지역 공천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대 총선에선 부산 현역 국회의원 17명 가운데 무려 9명이 공천에서 탈락한 바 있어 비박계의 의구심이 고개를 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관위는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이날 2차 공천자 명단을 발표해 4명의 단수후보 추천지역과 31곳의 경선지역을 확정했으나 관심이 집중된 대구 지역이 빠졌고 공천탈락한 현역 의원도 한 명도 없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충남 홍성예산, 재선)과 이진복 의원(부산 동래, 재선), 김도읍 의원(부산 북강서을, 초선), 박선규 전 청와대 대변인(서울 영등포갑) 4명을 단수후보로 공천확정했다.
공관위는 31개 경선 지역은 2~4명으로 후보를 압축했으며 새누리당의 텃밭인 경남에서는 현역 의원 대 전직 의원들의 대결이 펼쳐진다.
김무성 대표의 지역구인 부산 중영도와 윤상현 의원 지역구는 당초 이날 발표에 포함될 예정이었으나 발표 직전 빠졌다. ‘살생부’ 파문과 윤 의원 녹취록 파문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김 대표가 경선에 빨리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해 경선으로 하기로 하고, 후보자도 정했다”며 “그러나 찌라시 사건이 아직 해결 안 되고 진실이 안 밝혀진 상황에서 김 대표만 경선에 참여하게 하면 정두언, 김용태 후보자의 경우도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보류했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또 “윤 의원도 그 문제(욕설 녹취록)는 확인해야 한다”면서 “만일 당 지도부에서 무슨 절차를 밟게 되면 결정을 못 한다. 일단 보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제윤 기자 /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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