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최종 합의로 마련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초안은 일종의 ‘대북 봉쇄령’이다.
북한 항공기가 유엔 회원국 영공을 통과하지 못하게 하고 항공유 공급을 제한하며 북한 선박이 해외 항구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북한의 발을 완전히 묶었다. 이는 북한의 물자 수송을 제한해 교역을 금지시킨 것과 동일한 효과를 가져온다.
또 석탄과 철광석 흑연 등 북한산 광물 수입을 금지하고 북한과의 불법거래에 관여했을 때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북한으로 유입되는 자금줄을 최대한 차단하고자 했다.
대북 전문가들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안이 과거보다 훨씬 강력한 대북압박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이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통일연구원이 주최한 제12차 통일포럼에서 “단순한 상품교역뿐 아니라 북한의 해외노동이나 금융 등 북한당국으로 들어가는 모든 달러 채널에 제재가 겨냥돼 있다”고 설명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최근 미·중이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 안보리 대북결의 초안에 대해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고 실효적인 요소들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북한 도발을 억제하고 비핵화를 설득할 수 있는 중국의 역할에 여지를 둔 점이 주목된다. 북한 항공기와 선박 운항을 차단하면 북한의 유일한 물자 수송수단은 육로로 제한되며 결국 북·중 교역이 유일한 북한의 교역루트가 된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북한의 대중 의존도를 높이고 중국이 북한에 대한 최종 압박수단을 갖도록 해 북한 비핵화와 도발 억제 등의 중국 역할론을 부각시킨 셈이다.
다만 이같은 강력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이 채택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부족하다는 점이 허점으로 지적된다. 북한 항공기 영공통과 금지나 북한 선박의 입항 금지 등의 조치를 여타 회원국이 지키지 않더라도 이를 제재할 마땅한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대다수 유엔 회원국들은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지만 애초부터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일부 북한에 우호적인 국가들은 일방적이고 강경한 대북제재에 소극적이었다. 대북제재에 가장 반대했던 중국을 설득해 안보리 결의안 채택에 동참시켰지만 중국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제재에 나설 지도 의문이다.
이석 연구위원은 “만일 중국이 여전히 (우회적 수단으로) 북한을 지원한다면 이번 대북제재도 실효성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현재) 미국과 중국 외교장관 회담 이후 상임이사국, 그리고 여타 안보리 이사국들 간 결의안 문안에 대한 마지막 단계의 조율이 이뤄지는 상황”이라며 “강력하고 포괄적인 결의가 최종적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의 외교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말했다.
유엔 안보리 제재가 정찰총국, 원자력공업성, 국가우주개발국 등 북한의 핵심 기구를 직접 겨냥한 점은 과거 제재와 달라진 점이다.
정찰총국은 북한이 국내·외에서 진행하는 공작과 대남도발을 총괄·지휘하는 곳이다. 북한은 지난 2009년 기존 인민무력부 산하 정찰국과 노동당 산하 작전부, 35호실 등 3개 기관을 통합해 만들었다. 통합 이후 정찰총국은 대남도발의 상징적 존재인 김영철 총국장(현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의 지휘 아래 2010년 천안함·연평도 도발, 미국 소니픽쳐스 해킹 사건 등 굵직굵직한 대남·대미 도발을 자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정보원은 최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정찰총국에 대남 테러·사이버 공격 역량을 결집시키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원자력공업성과 국가우주개발국은 김 제1비서 집권 후 천명한 핵무력·경제건설 병진노선을 추진하는 중추기관이다. 원자력공업성은 과거 내각 산하에 설치됐던 원자력총국을 확대·개편해 ‘성(남한의 장관급 정부부처)’급으로 격상시킨 조직이다. 원자력공업상을 맡고 있는 리세선은 북한 핵개발의 ‘대부’로 알려진 핵심 브레인으로 지난 2009년 2차 핵실험 이후 이미 유엔 안보리 제재명단에 올랐다.
국가우주개발국은 북한이 ‘인공위성’으로 포장한 사실상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총괄하는 기구다. 이 조직은 김 제1비서가 직접 밝힌 북한의 ‘우주개발 5개년 계획’을 실무적으로 총괄하고 있어 그동안 꾸준히 추가제재 필요성이 제기됐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서울 =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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