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 조선’이라고 하던 청년들은 ‘워(War) 조선’이라고 냉소할 것입니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 정책과 최근 경색된 남북관계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17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이같이 밝힌 이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 연설에 나선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해 “국회연설에 일말의 기대를 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의 연설에는 어떤 해결책도, 설득력도 없었습니다”며 “이 엄중한 정세 속에서 굳이 왜 오셨던 것입니까”는 말로 비판 수위를 높여나갔다.
개성공단 폐쇄 사태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이 원내대표는 개성공단에 대한 정부의 최근 결정에 대해 “‘통일대박’을 외치다가 돌연 국민들에게 ‘분단쪽박’을 남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말바꾸기 논란’에 휩싸인 홍용표 통일부 장관에 대한 경질도 요구했다. 이 원내대표는 “국내외적 논란만 유발시킨 통일부 장관은 즉각 경질되어야 한다”며 “개성공단 자금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쓰였다고 말한 통일부 장관은 건국 이래 ‘최단기간 최다 말바꾸기 기록’을 세운 장관이 됐다”고 말했다.
이날 이 원내대표 교섭단체 연설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최대한 보수층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는 점이다.
최근 한반도에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를 배치하는 문제를 놓고 한국과 중국은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최근 중국 관영지 환구시보는 “한국에 사드가 배치되면 동북지역에 군사력 추가 배치로 대응할 것이고, 한국은 국가적 지위에 엄중한 악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이 원내대표는 “한국을 ‘미국과 중국의 게임에서 바둑돌로 전락할 것’이라는 중화주의적 오만이 깔린 막말에 엄중히 항의한다”고 밝혔다.
최근 박 대통령과 사이가 불편한 중국을 비난함으로써 보수층 자극을 최소화한 이 원내대표는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서는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은 사드 배치에 신중해줄 것을 요구합니다. 사드 없이도 한반도 평화를 지켜왔습니다”며 “미국이 사드 도입 비용을 지원하더라도 장기적으로 기지 운영비를 포함한 막대한 간접비용은 국민의 혈세로 충당할 가능성이 높다. 한정된 국방 재원을 현실적인 대북 억제책 마련에 집중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 정권 정당성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원내대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는 평화와 선린을 높이 여겼던 역사적 전통의 ‘조선’도 없고 자유선거와 3권 분립이 요체인 ‘민주주의’도 없고 근대적 인권을 보장받는 주권자인 ‘인민’도 없다. 이해관계가 다른 다양한 세력이 공존하는 ‘공화국’도 없다”며 “북한은 역사적 시간이 ‘백두산 밀영’에 멈춰있는 ‘유격대 국가’라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북한 정권에 대한 강도높은 비판은 보수층을 자극하지 않는 동시에 최근 ‘우클릭’ 행보를 보이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행보에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원내대표는 북한 정권을 비난하면서도 북한인권법을 통과시켜주기 어려운 이유를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북한인권법은 적인 동시에 통일의 동반자인 북한의 이중성을 제대로 담지 못했다”며 “북한인권법이 처벌 목적이 주가 된다면 남북한 관계는 더욱 경색된다”고 주장했다.
선거구 획정 논란과 쟁점 법안 처리를 분리하겠다는 기존 방침 역시 재확인했다. 이 원내대표는 “일방적으로 쟁점법안을 지정하고 입법촉구를 하기에 앞서 반드시 19대 국회가 당장 해야 하는 것은 선거구를 획정하고 선거법을 타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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