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는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개발독재와 운동권 패러다임을 극복하는 합리적 개혁노선’을 천명했다. 안 의원은 2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새정치 기조’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1970년대 개발독재와 1980년대의 운동권 패러다임으로 2016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서 “새 정당은 낡은 진보와 수구 보수 대신 ‘합리적 개혁노선’을 정치의 중심으로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 합리적 개혁노선 주창
이날 안 의원은 ‘연대와 협치’, ‘참여와 개방’, ‘공감과 소통’을 강조하며 양극단 정치세력의 적대적 공생관계를 청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정치에서 서로 반대편이 있어야 자기세력을 유지하는 적대적 공생관계의 극단적 대립만 남았다”면서 “색안경을 쓰고 상대를 낙인찍고, 배척하는 뺄셈의 정치에 대화와 타협의 여지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패거리 정치가 아니라 가치와 비전을 함께 만들고 개방과 참여를 통해 더 나은 목표를 찾아가는 게 새 정치의 모습”이라면서 “대한민국의 위기는 지도자 한 사람 또는 한 정치세력이 해결할 수 없다. 이분법의 정치를 펴는 나라치고 성공한 나라가 없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식 창조경제는 전혀 창조적이지 않다”면서 “편을 가르고 내 편, 아는 사람 중에서도 말 잘 듣는 사람을 쓰는 상황에서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 복지 확대 위해 증세 불가피
그가 줄곧 주장해온 ‘공정성장론’도 이날 재천명됐다. 안 의원은 “독과점 질서를 공정거래 질서로 바꿔야 한다”면서 “중소기업도 실력만으로 대기업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그는 “공정한 경쟁과 공정한 분배하에 우리는 다시 성장할 수 있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면서 “‘공정성장론’은 경제민주화가 실제로 이루어질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론”이라고 말했다.
신당이 ‘교육 개혁’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추진한다는 방침도 정했다. 안 의원은 “모든 개혁의 중심에 교육을 두어야 한다”면서 “대한민국의 미래는 수직적·관료적·기계적 교육시스템을 수평적·창조적·디지털 교육시스템으로 얼마나 바꿀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또 ‘복지 확대를 위한 증세’의 불가피성을 주장했다. 그는 “복지체계도 좀 더 촘촘해져야 한다”면서 “보편적 복지냐 선별적 복지냐 하는 논쟁은 이미 효력을 잃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중요한 것은 돈을 효율적으로 쓰는 것”이라면서 “(복지)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재정이 많이 든다면 증세를 피할 수 없으며 질책을 듣더라도 국민들께 솔직하게 증세에 관해 말씀드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민의 피와 땀인 세금은 일자리, 건강, 교육, 문화, 체육 등 여러 분야에 골고루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 이러한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재정이 많이 든다면, 일정한 증세는 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날 안 의원의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여전히 각론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신의진 새누리당 대변인은“오늘 발표한 신당의 정책 기조는 과거 안철수 의원의 주장과 크게 달라진 면을 찾아볼 수 없다”면서 “다 듣고 나도 여전히 구체성이 결여되고 모호한 이념만이 잔상으로 남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 신당 창당 작업도 박차
이날 회견에서 안 의원은 젊은 인재 영입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안 의원은 “정치가 바뀌려면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면서 “우리 사회의 허리인 30∼40대가 정치의 주체이자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신당의 총선 공천에서 30~40대의 젊은 후보를 집중적으로 내세우겠다는 방침을 천명한 것이다.
이와 함께 2012년 대선 출마와 2013년 새정치연합 창당 추진 과정에서 함께했던 ‘옛 동지’들을 재규합하는 데도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이태규 ‘정책네트워크 내일’부소장, 박인복 전 청와대 춘추관장, 홍석빈 전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 등이 창당 실무작업을 총괄하는 가운데 조광희 변호사, 정연정 배제대 교수, 천근아 연세대 교수,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등 ‘원년 멤버’들이 속속 ‘안철수 신당’의 깃발 아래 모여들고 있다.
진심캠프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박선숙·김성식 전 의원의 재합류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러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최장집 전 고려대 교수·금태섭 변호사 등은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안철수 신당’이라는 이름이 국민들에게 ‘안철수 개인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주고 있다는 내부 지적에 따라 빠른시일 내에 새로운 당명을 마련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이태규 창당실무추진단장은 “1월 1일 기준으로 새 당명에 대해 국민 공모를 실시할 계획”이라면서 “국민의 의견을 반영해 당명을 정하려 한다”고 말했다.
[박승철 기자 / 노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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