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 대통령이 영면에 든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빈소에는 서거 다음 날인 23일에도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정·재계와 시민들의 조문행렬이 이어졌다.
김 전 대통령 서거 당일이었던 지난 22일 한걸음에 달려왔던 왕년의 ‘상도동계’ 인사들은 이날도 빈소를 지켰다. 전 영부인 손명순 여사도 휠체어에 몸을 의지해 장례식장에 도착한 뒤 차남 김현철 고려대 교수와 함께 입관식 등 이날 장례 일정을 소화했다.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아들’을 자처했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오전 국회에서 당 최고위원회의을 마친 뒤 빈소로 돌아왔다.
◆YS 빈소찾은 박대통령…26일 영결식도 참석할듯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해외순방에서 귀국하자 마자 고 김영삼 전 대통령 빈소를 직접 찾아 조문에 나섰다. 오전 6시 10분 전용기편으로 서울공항에 도착한 박 대통령은 곧바로 청와대로 이동해 국내 상황 등에 대한 업무보고를 받은 뒤 오후 1시55분 청와대를 출발했다. 오후 2시 서울대병원에 도착한 박 대통령은 3층 빈소를 찾아 분향한 뒤 영정 앞에 잠시 묵념했다. 묵념을 마친 박 대통령은 옆에 있던 현철씨에게 심심한 위로의 뜻을 전한 뒤 가족실로 옮겼다. 가족실에서 김 전 대통령 부인인 손명순 여사를 만난 박 대통령은 손 여사의 손을 꼭 잡고 애도의 뜻과 추모 인사를 전한 후 2시7분경 장례식장을 떠났다. 박 대통령은 오는 26일로 예정된 영결식에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통령의 ‘영원한 라이벌’ 김대중(DJ) 전 대통령 부인인 이희호 여사도 23일 빈소를 찾아 애도의 뜻을 표했다. DJ 차남 홍업 씨,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함께 빈소를 방문한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 영부인 손명순 여사, 차남 현철 씨와 묵묵히 악수를 나눴다. 누구보다 큰 붓으로 한국 현대사에 굵고 선명한 획을 그은 정치 대인(大人)들과 부부의 연을 맺었던 두 사람의 영부인들은 굳이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눈빛으로 아픔을 함께 했다. 박 의원은 손 여사에게 “이제 두 여사님이 오래 사셔야 한다”며 위로를 건넸다.
◆재계 총수들 대거 빈소찾아
재계 총수들도 이날 대거 빈소를 찾아 조문행렬에 동참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등은 이날 오전 11시께 빈소를 찾았다. 구본무 회장은 “문민 정치시대를 열어 우리나라 정치와 사회 전반의 발전에 큰 획을 그으신 분”이라고 밝혔다. 구본준 부회장은 조문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기자와 만나 “(김 전 대통령이) 중학교 동문이고 고향이 가까워 애착이 가는 분”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과 구 부회장은 모두 부산 경남중학교를 졸업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두산그룹 회장)은 이날 오후 2시30분께 빈소를 찾았다. 박 회장은 이날 기자에게 “(김 전 대통령이) 굵은 결정 많이 하셨고 금융실명제도 하셨는데 이런게 우리 경제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조문 행렬에 동참했다. 현 회장은 빈소 내 접객실에서 사실상 상주 노릇을 하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등과 10여분 간 독대를 해 눈길을 끌었다. 앞서 이날 오전 9시께에는 이웅렬 코오롱 회장이 빈소를 다녀갔다. 삼성에서는 이날 오후 1시 40분께 이재용 부회장, 최지성 미래전략실장, 이인용 사장 등이 조문했다.
◆‘YS가 키운 호랑이’ 이회창 등 전직 총리들도
이회창·정운찬·김황식·정홍원 전직 국무총리들도 이날 김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아 고인의 넋을 기렸다. 특히 김 전 대통령에 의해 발탁돼 감사원장과 국무총리 등을 지내고 대권 후보로 성장했던 이회창 전 총리는 “나와는 여러가지 곡절이 있지만 (김 전 대통령은) 역사에 남는 거대한 산이었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는 방명록에 남긴 사자성어인 ‘음수사원(飮水思源)’에 대해 “물을 마시면 물이 어디서 왔는지 생각하라는 뜻”이라고 설명하며 한국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한 김 전 대통령의 공적을 강조했다. 정운찬 전 총리는 조문을 끝내고 “제가 총리할 때 세종시 개선안을 놓고서 (김영삼) 전 대통령님을 몇 번 뵀다”며 “개선안이 꼭 관철되도록 하라고 (김 대통령이) 격려하셨는데 못해서 안타까웠다”며 소회를 밝혔다.
◆백악관·클린턴 前 대통령 등 美서도 애도 잇따라
한편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도 이날 빈소를 찾아 헌화하고 묵념했다. 김 전 대통령과 대통령 재임시기를 함께 했던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김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해 “한국 국민들과 함께 깊은 애도를 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날 연합뉴스를 통해 밝힌 논평에서 “김 전 대통령의 비전과 희생이 한국의 완전한 민주화 실현에 기여를 했다”며 “김 전 대통령과 협력했던 것이 자랑스럽다”고 추모했다. 백악관은 같은 날 발표한 성명에서 “김 전 대통령은 한국이 민주주의로 전환하는 가장 도전적인 시기에 한국 국민을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남기현 기자 / 이기창 기자 / 추동훈 기자 / 노승환 기자 /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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