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을 8개월 앞두고 여야 정치권에서 예비후보들이 물밑작업을 통해 기지개를 켜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 전·현직 여성의원들이 강남권 공략에 나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명세’가 공천권 획득에 유리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여당이 내년 총선에 단독으로라도 도입하려 하자, 일부 여성 인사들이 발빠르게 강남권을 ‘찜’한 것이다. 당 내에서 법·경제·외교 쪽에서 한 몫하고 있는 초·재선 남성 의원들의 텃밭에 전·현직 여성의원들이 도전장을 낸다는 점도 관전 포인트다.
여권 내 수도권 女風의 선봉장은 이혜훈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서초갑에서 지난 17대·18대 국회의원을 지냈다가 이번 19대 때엔 국정원 출신인 김회선 의원(현 새누리당 법률지원단장)에게 공천에서 밀려 여의도를 떠나야했다. 그러나 그는 원외에서도 새누리당에 대한 여러 조언과 비평을 꾸준히 내놓으며, 정치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은 인물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제가 있던 곳에서 경선에 나설 생각”이라며 “지역 공략에 대한 구상을 하고 있는 중이고 조직 준비는 차차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 전 최고위원은 현재 정치권에서 거론되고 있는오픈프라이머리와 권역별 비례대표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여권 지도부와 소통을 한다는 이 최고위원은 “오픈프라이머리는 야당이 합의하지 않으면 실행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권역별 비례대표 역시 선거구 개편까지 맞물려 있는 상황에서 (20대에)곧바로 실행하긴 어렵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미 지역에서 재선을 해본 전력이 있는 만큼, 오픈프라이머리 등 새로운 총선룰이 끼어들지 않는다면 공천 경선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이 전 최고위원의 판단인 것으로 분석된다.
서초을엔 18대 때 여당 비례대표를 지낸 정옥임 전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정 전 의원은 19대 때 당 공천에서 떨어진 직후 김무성 대표와 미국 서부를 함께 돌며 선진 정치 공부를 했던 ‘혈맹’에 가까운 인사로 분류된다. 이번 김무성 대표의 방미 때도 외교특보로 방미단에 소속돼 대표의 일정을 챙기기도 했다. 정 전 의원은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서초을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당론으로 통과된 오픈프라이머리 실현을 전제로 출마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직인 강석훈 의원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친박 성향이면서 새누리당 내 경제통에 첫손가락으로 꼽히는 강 의원은 당 내에서 최근 공적연금 강화 특위 간사에 선임되는 등 맹활약 중이다. 지역 조직도 견고한 것으로 평가된다. 정 전 의원이 오픈프라이머리를 전제로 출마하겠다는 것도 이같은 형세 분석이 밑바탕에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픈프라이머리가 실현된다면 친박 대 비박의 구도가 형성되면서 당 내 튼튼한 지원세력이 있는 정 전 의원도 해볼만 해지기 때문이다.
강남구의 경우 19대 비례대표인 류지영 의원이 출마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구는 선거구 재획정을 통해 지역구가 한 곳(강남병) 더 생길 것이 유력한 곳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간사인 심윤조 의원과 한·미 FTA 통상교섭본부장을 맡았던 김종훈 의원이 갑·을 지역에서 둥지를 틀고 있다. 다만 서초와 달리 류 의원은 새로운 지역구에 출마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 서부에선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재선한 지역인 양천갑이 치열하다. 최근 당 대변인에 선임된 신의진 의원이 이 지역 출마를 고려하는 중이다. 신 의원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교육에 강점이 있기에 (교육열이 높은)양천갑에 나가보는 것을 생각해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양천갑을 노리는 인물이 많다는 점이 악재다.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원희룡지사의 측근인 이기재 제주도 서울본부장도 출마설이 나오기 때문이다.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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