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사회는 이른바 '종북' 논란으로 뜨겁습니다.
그 촉발은 통합진보당이었고, 이석기 의원이었습니다.
이석기 의원의 혁명조직 'RO'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많은 사람들은 뒤통수를 맞은 듯했습니다.
'아직도 북한을 추종하는 세력이 있던가?'
그들은 왜 북한 체제에 동조하게 된 걸까요?
1980년대, 90년대 학생운동권의 고민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한쪽은 노동자들의 노동 해방이 근원적이고, 시급한 것이라고 봤고, 다른 한쪽은 분단된 한반도의 통일이 더 시급하다고 봤습니다.
한반도의 통일을 대명제로 삼다보니, 통일을 가로막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됐고, 그것은 반미 반제로 귀결됐습니다.
그리고 북한 체제를 인정하고, 북한을 북한 내부의 시각에서 보는 이른바 '내재적 접근론'이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졌습니다.
이런 이론적 논리는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사실상 소멸되다 시피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 어딘가에서는 이런 이념이 유지되고, 자생적으로 발전하는 곳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아마 지금 통진당 사태는 그 은밀했던 이론적 전개가 실체를 드러낸 것일지도 모릅니다.
발단은 이석기 의원이었습니다.
<이석기 의원 발언 모음>
▶ 인터뷰 : 이석기 / 통합진보당 의원
- "황당하다. 한마디로 국정원의 날조·조작사건이라고 본다. (그럼 주요시설 공격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상상속의 소설이다. 국정원의 상상속에 나온게 아닌가."
"저는 전쟁에 반대합니다. 저는 뼛속까지 평화주의자입니다."
"도둑놈들아. 이 도둑놈들아. 국정원 날조 사건"
이석기 의원에 대한 내란음모 사건은 1심에서 '유죄, 2심에서는 '무죄'가 났습니다.
지하혁명조직 'RO'의 실체에 대해서도 1심은 인정했고, 2심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남은 건 대법원 판결입니다.
대법원이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회부하기로 한 만큼 빠르면 올해 안에 최종 선고가 내려질 전망입니다.
통합진보당은 이석기 의원에 대해 유죄가 나든, 무죄가 나든 이미 방침은 정해진 모양입니다.
유죄가 나면 조작이고 탄압이라 할 것이고, 무죄가 나면 조작이 드러났다고 할 것입니다.
바로 이 부분이 통합진보당이 정당해산 심판 위기를 맞은 이유입니다.
명확하게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하고, 감싸줄 건 감싸줬어야 하는데 무조건 감쌌기 때문입니다.
'자유민주주의'만을 강조했지, 그 체제에서 살고 있는 국민과 민중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 인터뷰 : 이정희 / 통합진보당 대표(오늘)
- "통진당의 변론과 저의 최후진술을 통해 헌재 정신에 기초해 정부와 보수언론들이 쏟아부은것은 근거가 없다고 천명했다.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일을 묵고하지 마십시오. 우리 국민들의 불의에 저항하는 분위기를 지켜주십시오."
박근혜 대통령을 떨어뜨리기 위해 대선에 나왔다거나, 박근혜 대통령을 박근혜 씨라고 한 부분도 국민 정서와는 멀었습니다.
▶ 인터뷰 : 이정희 / 당시 통합진보당 대선후보(2012년)
- "저는 박근혜 후보를 반드시 떨어뜨릴 겁니다."
▶ 인터뷰 : 이정희 / 통합진보당 대표 (2013년)
- "정권을 비판한다고 야당에 대해서 내란음모죄를 조작하고 정당해산까지 청구하면서 헌법을 파괴하고 야당을 탄압하는 박근혜 씨가 바로 독재자 아닙니까. 여러분 박근혜 씨를 여왕으로 모시고 숨죽이는 새누리당 바로 저 새누리당이 일인정당, 독재정당 아닙니까. 여러분."
정당은 국민의 지지를 먹고 삽니다.
그런데 통합진보당은 이런 저런 이유로 국민의 마음에서 벗어났습니다.
정당해산 심판이 기각돼더라도 대중 정당으로 회복되기는 사실상 어렵습니다.
정부는 이런 여론을 등에 업고 정당해산 심판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어제 나온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말입니다.
▶ 인터뷰 : 황교안 / 법무부 장관
- "통합진보당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고 대한민국을 내부에서 붕괴시키려는 암적 존재입니다."
▶ 인터뷰 : 황교안 / 법무부 장관
- "북한 독재세습정권을 추종하는 세력들로부터 대한민국과 헌법가치를 지켜내기 위해 결단이 필요한 순간입니다."
▶ 인터뷰 : 황교안 / 법무부 장관
- "더 이상 정당해산이라는 수술을 주저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여론과 정부의 태도는 확고합니다.
그렇다면, 전문가인 헌법학자들의 생각은 어떨까요?
CBS 노컷뉴스가 헌법학자들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입니다.
자신이 헌법재판관이라고 가정할 때 어떤 결정을 내리겠느냐는 질문에 정당유지 결정이 46.4%, 정당 해산 결정이 33.3%로 나타났습니다.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는 정당 해산 결정이 37.7%, 정당유지 결정이 39.1%였습니다.
정당해산과 함께 의원들도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질문에는 34.8%가 찬성, 26.1%가 반대했습니다.
헌법학자들이 대체로 보수적 성향인데도, 정당 해산 심판까지는 아니라고 보는 응답이 적지 않은 것은 이채롭습니다.
그렇다면, 최근 논란이 불거진 김상률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에 대해서는 어떨까요?
북한의 핵무기 소유는 약소국이 추가할 수 밖에 없는 비장의 무기라는 발언은 이석기 의원이나 통합진보당 논리와 얼마나 다를까요?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하태경 / 새누리당 의원
- "거의 레닌의 반제국주의 인식과 같다. 약소국이라고 핵무기를 추구하는 논리는 거의 통진당에서나 펼칠 수 있는 논리입니다."
하태경, 김종훈, 이노근 의원은 김 수석이 알카에다식 인식론을 가진 반미주의자나 다름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의 주장이 과한 걸까요? 아니면 매카시즘의 연장일까요?
통합진보당 사태와 김상률 수석의 발언,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문제가 아닌지 저마다 다시 한번 생각해볼 일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그 촉발은 통합진보당이었고, 이석기 의원이었습니다.
이석기 의원의 혁명조직 'RO'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많은 사람들은 뒤통수를 맞은 듯했습니다.
'아직도 북한을 추종하는 세력이 있던가?'
그들은 왜 북한 체제에 동조하게 된 걸까요?
1980년대, 90년대 학생운동권의 고민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한쪽은 노동자들의 노동 해방이 근원적이고, 시급한 것이라고 봤고, 다른 한쪽은 분단된 한반도의 통일이 더 시급하다고 봤습니다.
한반도의 통일을 대명제로 삼다보니, 통일을 가로막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됐고, 그것은 반미 반제로 귀결됐습니다.
그리고 북한 체제를 인정하고, 북한을 북한 내부의 시각에서 보는 이른바 '내재적 접근론'이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졌습니다.
이런 이론적 논리는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사실상 소멸되다 시피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 어딘가에서는 이런 이념이 유지되고, 자생적으로 발전하는 곳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아마 지금 통진당 사태는 그 은밀했던 이론적 전개가 실체를 드러낸 것일지도 모릅니다.
발단은 이석기 의원이었습니다.
<이석기 의원 발언 모음>
▶ 인터뷰 : 이석기 / 통합진보당 의원
- "황당하다. 한마디로 국정원의 날조·조작사건이라고 본다. (그럼 주요시설 공격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상상속의 소설이다. 국정원의 상상속에 나온게 아닌가."
"저는 전쟁에 반대합니다. 저는 뼛속까지 평화주의자입니다."
"도둑놈들아. 이 도둑놈들아. 국정원 날조 사건"
이석기 의원에 대한 내란음모 사건은 1심에서 '유죄, 2심에서는 '무죄'가 났습니다.
지하혁명조직 'RO'의 실체에 대해서도 1심은 인정했고, 2심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남은 건 대법원 판결입니다.
대법원이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회부하기로 한 만큼 빠르면 올해 안에 최종 선고가 내려질 전망입니다.
통합진보당은 이석기 의원에 대해 유죄가 나든, 무죄가 나든 이미 방침은 정해진 모양입니다.
유죄가 나면 조작이고 탄압이라 할 것이고, 무죄가 나면 조작이 드러났다고 할 것입니다.
바로 이 부분이 통합진보당이 정당해산 심판 위기를 맞은 이유입니다.
명확하게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하고, 감싸줄 건 감싸줬어야 하는데 무조건 감쌌기 때문입니다.
'자유민주주의'만을 강조했지, 그 체제에서 살고 있는 국민과 민중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 인터뷰 : 이정희 / 통합진보당 대표(오늘)
- "통진당의 변론과 저의 최후진술을 통해 헌재 정신에 기초해 정부와 보수언론들이 쏟아부은것은 근거가 없다고 천명했다.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일을 묵고하지 마십시오. 우리 국민들의 불의에 저항하는 분위기를 지켜주십시오."
박근혜 대통령을 떨어뜨리기 위해 대선에 나왔다거나, 박근혜 대통령을 박근혜 씨라고 한 부분도 국민 정서와는 멀었습니다.
▶ 인터뷰 : 이정희 / 당시 통합진보당 대선후보(2012년)
- "저는 박근혜 후보를 반드시 떨어뜨릴 겁니다."
▶ 인터뷰 : 이정희 / 통합진보당 대표 (2013년)
- "정권을 비판한다고 야당에 대해서 내란음모죄를 조작하고 정당해산까지 청구하면서 헌법을 파괴하고 야당을 탄압하는 박근혜 씨가 바로 독재자 아닙니까. 여러분 박근혜 씨를 여왕으로 모시고 숨죽이는 새누리당 바로 저 새누리당이 일인정당, 독재정당 아닙니까. 여러분."
정당은 국민의 지지를 먹고 삽니다.
그런데 통합진보당은 이런 저런 이유로 국민의 마음에서 벗어났습니다.
정당해산 심판이 기각돼더라도 대중 정당으로 회복되기는 사실상 어렵습니다.
정부는 이런 여론을 등에 업고 정당해산 심판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어제 나온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말입니다.
▶ 인터뷰 : 황교안 / 법무부 장관
- "통합진보당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고 대한민국을 내부에서 붕괴시키려는 암적 존재입니다."
▶ 인터뷰 : 황교안 / 법무부 장관
- "북한 독재세습정권을 추종하는 세력들로부터 대한민국과 헌법가치를 지켜내기 위해 결단이 필요한 순간입니다."
▶ 인터뷰 : 황교안 / 법무부 장관
- "더 이상 정당해산이라는 수술을 주저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여론과 정부의 태도는 확고합니다.
그렇다면, 전문가인 헌법학자들의 생각은 어떨까요?
CBS 노컷뉴스가 헌법학자들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입니다.
자신이 헌법재판관이라고 가정할 때 어떤 결정을 내리겠느냐는 질문에 정당유지 결정이 46.4%, 정당 해산 결정이 33.3%로 나타났습니다.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는 정당 해산 결정이 37.7%, 정당유지 결정이 39.1%였습니다.
정당해산과 함께 의원들도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질문에는 34.8%가 찬성, 26.1%가 반대했습니다.
헌법학자들이 대체로 보수적 성향인데도, 정당 해산 심판까지는 아니라고 보는 응답이 적지 않은 것은 이채롭습니다.
그렇다면, 최근 논란이 불거진 김상률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에 대해서는 어떨까요?
북한의 핵무기 소유는 약소국이 추가할 수 밖에 없는 비장의 무기라는 발언은 이석기 의원이나 통합진보당 논리와 얼마나 다를까요?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하태경 / 새누리당 의원
- "거의 레닌의 반제국주의 인식과 같다. 약소국이라고 핵무기를 추구하는 논리는 거의 통진당에서나 펼칠 수 있는 논리입니다."
하태경, 김종훈, 이노근 의원은 김 수석이 알카에다식 인식론을 가진 반미주의자나 다름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의 주장이 과한 걸까요? 아니면 매카시즘의 연장일까요?
통합진보당 사태와 김상률 수석의 발언,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문제가 아닌지 저마다 다시 한번 생각해볼 일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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